“단순 웹툰형 변환이 아닌 오리지널 콘텐츠 선보일 것”
일본서 네이버 꺾은 카카오, 카카오웹툰 선보이며 맹추격
“카카오 등 후발주자와 경쟁 고려 안 해”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네이버가 방탄소년단(BTS), 마블 등 슈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웹툰을 선보인다. DC코믹스, 하이브(HYBE)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는 ‘스토리캐스팅’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18일 네이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생태계를 엔터테인먼트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에 대해선 ‘후발주자’라고 선을 긋고 경쟁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1등 작가 수익 124억원···“하이브, DC코믹스 IP, 웹툰화할 것”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네이버웹툰을 “글로벌 스토리테크 플랫폼”이라고 강조하며 “1억6700만명의 월간 사용자와 600만명의 창작자가 활동하는 글로벌 1위 플랫폼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토리텔링 생태계의 핵심 요소이자 최우선 사항으로 플랫폼을 꼽았다. 네이버는 ‘아마추어 콘텐츠 모델’과 네이버 플랫폼에서 정식 연재되는 ‘오리지널 콘텐츠 모델’을 운영한다.
또 네이버가 도입한 웹툰 창작자 수익모델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을 통한 창작자 수익 규모도 공개했다. 기존 원고료 외에 광고, 유료 콘텐츠, IP 비즈니스 등 수익모델을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1년간 PPS 프로그램을 통해 발생한 전체 수익은 약 1조7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개인 작가 최대 수익은 약 124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대상 작가의 평균 수익은 약 2억8000만원, 최근 1년간 네이버 플랫폼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가의 연간 환산 수익 평균은 1억5000만원이었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을 만들 때 여러 목표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1등 작가의 수익’이었다. 1등 작가 수익에 따라 이 생태계의 규모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며 “글로벌 시장이 열린다면 언젠가 웹툰 플랫폼에서 100억원을 넘긴 작가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124억원의 수익은) 웹툰 분야를 넘어서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수치다. 네이버웹툰에서 작가 생태계는 견고하게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생태계 확보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의 슈퍼 IP를 웹툰 및 웹소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하는 슈퍼캐스팅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슈퍼캐스팅의 첫 번째 협업 파트너는 하이브(HYBE)와 DC코믹스다. 네이버웹툰은 향후 BTS를 비롯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들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오리지널 스토리로 웹툰 및 웹소설을 만들 예정이다. DC코믹스의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활용한 오리지널 웹툰도 제작한다. DC코믹스는 지난 4월 카카오페이지와 손잡고 콘텐츠를 웹툰 형태로 연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DC코믹스가 다른 경쟁사와 해왔던 프로젝트는 기존 출판물을 웹툰형으로 변환해 선보인 것이다. DC에서도 아직 발표하지 않은 콘텐츠가 웹툰 작가들과 만나 오리지널로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존 프로젝트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DC코믹스를 제외하고도 많은 슈퍼 플레이어들과 협업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도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이 제페토의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는 이유는 시너지를 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라며 “앞으로 메타버스를 통해서도 웹툰 IP를 만나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는 산업 선도기업···후발주자 카카오와 경쟁 고려 안 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이 웹툰 시장 선도기업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경쟁사 카카오와는 여러 차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최근 웹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카카오가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네이버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앱 데이터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픽코마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앱마켓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1억2000만달러(1409억4000만원)다. 5000만달러(587억2500만원)를 기록한 라인망가 매출의 두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픽코마가 지난해 3분기 라인망가 매출을 넘어선 이후 격차를 더 벌린 것이다. 라인망가는 지난 2013년 출시 이후 줄곧 유지해오던 1위 자리를 픽코마에 내준 셈이다.
여기에 지난 1일 기존 다음웹툰을 확대 개편해 국내 공식 론칭한 카카오웹툰은 출시 이틀 만에 거래액 10억원을 달성하는 등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 대표는 “카카오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네이버는)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로서 소명과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뿐만 아니라 다른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을 잘 만드는 게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후발주자와의 경쟁 상황을 고려하기 보다는 웹툰 비즈니스 1위 사업자로서 이 산업을 어떻게 더 키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카오웹툰의 차별점으로 꼽히는 이용자환경(UX)·이용자경험(UI) 개편에 대해선 “UX·UI 개편에서 ‘과유불급이다’ ‘뭘 봐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후발주자가 하는 모든 액면에서도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웹툰의 UI·UX도 크고 작은 개편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에서 카카오 픽코마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선 라인망가가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로 포지션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긴 시간 공회전했던 것을 배경으로 봤다.
김 대표는 “지난달 말 일본 파트너사들과 함께 새롭게 정비한 라인망가2.0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관련 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어서 일본 시장은 더욱 재밌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