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임시주총 돌연 연기···한앤컴퍼니와 매각 앞두고 시끌
홍 전 회장, 경영 일선 물러났음에도 출근···매각 결렬 관측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남양유업이 매각을 앞두고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홍원식 전 회장이 남양유업 지분 매각 작업을 돌연 연기하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간의 입장차로 자칫하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9월14일로 돌연 연기했다. 당초 주주총회에서 양사는 경영권 이전 안건을 상정·의결하고 주식매매대금 지급 및 주식 매각 절차를 종결할 예정이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4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이광범 사장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여론 악화에 식약처 고발조치, 세종시의 세종공장 영업정지 처분 발표 등 악재가 이어지자 홍 전 회장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남양유업의 브랜드 가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불가리스 논란으로 인한 소비자 불매운동과 맞물려 과거 대리점 갑질 사태, 외손녀 마약 사건 등까지 재조명되면서다. 남양유업의 실적도 수직 하락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줄곧 매출액 1조원대를 기록하던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액 9449억원으로 하락했고, 올 1분기에는 –138억원, 2분기에는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문제는 남양유업의 태도다. 홍 전 회장이 임시주주총회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남양유업은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는 한앤컴퍼니 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 통보로 이뤄진 사실이라고 알려졌다.
홍 전 회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매각 결렬, 노쇼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임시주총 전부터 이미 한앤컴퍼니에 거래 종결일은 7월30일이 아니라 거래 종결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해 거래 종결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앤컴퍼니는 홍 전 회장이 임시주총 하루 전인 7월29일 주총을 연기하겠다는 팩스를 보내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홍 전 회장이 거의 매일 회사로 출근해 경영 일선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3자 또는 매각 파기도 거론되고 있다. 당시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에 지분 52.6%(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남양유업 자산가치의 절반수준으로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헐값에 팔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원매자에 매각하거나 위약금을 주고 매각 자체를 파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전 회장 입장에서는 현재 매각가가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한앤컴퍼니 측이 법적 조치를 예고한 만큼 홍 전 회장이 단순 변심으로 거래를 무산시키면 수천억 원대 법적공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한 차례 돌발 행동을 한 상태여서 매각 절차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며 “이미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고 부정적 여론이 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어 하루 빨리 매각 절차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성공적으로 종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매각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한앤컴퍼니도 홍 전 회장과 맺은 계약 상 거래 파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앤컴퍼니 측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