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두배 늘려야···실패하면 신사업 인·허가 제한
1~5월 신규대출 중 비중 20% 밑돌아···"실적 낮아 공개 안했나" 관측도

카카오뱅크 판교 오피스 / 사진=카카오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상장 후 처음으로 가진 실적발표회 행사에서 올해 핵심 목표인 중·저신용자 대출(중금리대출) 증대에 대한 현황은 공개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이 아직 저조하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설립 후 최초로 실적발표회를 열었다. 이달 초 상장을 마무리하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에 대해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당기순익은 115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전체 순익(1136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그런데 실적발표회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주관한 질의응답 시간에도 현재 실적 달성 정도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 올해 계획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 목표 달성은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금융당국이 올해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신용평가 점수(KCB기준) 82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8%로 끌어올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이 비중은 10.2%였다. 1년 사이에 비중을 두 배 넘게 늘려야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라는 설립 취지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중·저신용자(4~6등급)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확대를 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가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크게 늘렸고,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모두를 비교적 수월하게 달성했다.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의 영업 방식에 제동을 걸었고, 올해 초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에 중·저신용자 대출 증대 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신사업 인·허가 등에 고려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이익을 더 내려면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관련 신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 신탁, 펀드 판매 등의 사업을 시작해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 당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향후 성장도 불투명해진다. 이와 함께 목표 달성 실패 시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상장 후 단번에 시총 10위권으로 뛰어오른 카카오뱅크가 투자자들에게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금융당국은 이날 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현황을 은행연합회에 공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실적발표회에서 사업 진행 상황을 공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료=카카오뱅크, 은행연합회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가운데 고신용자 비중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신용대출 규모는 이미 당국에 보고한 연간 목표치(15조3761억원)에 근접한 약 15조2000억원을 달성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증대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공시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신용점수 820점(평균치) 이하의 차주에게는 5%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규대출 가운데 5% 이상 금리의 일반신용대출의 비중은 9% 미만에 그쳤다. 2분기도 5월까지는 12~16%에 그쳤다. 6월에서야 21.5%를 기록했다. 기존 대출 규모를 고려하면 목표치인 20.8%를 달성하기에는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마이너스 통장(마통)의 경우는 목표달성률이 더 저조하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잔액 가운데 마통의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올해 신용점수 820점 이하에는 마통이 제공되지 않았다. 900점 이상의 높은 점수대의 차주에게 공급되다 지난 6월 돼서야 평균 899점의 고신용자들에게 마통을 뚫어주는데 그쳤다.  

올해 남은 6개월 동안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최근 신용점수 820점 이하 고객의 중저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까지로 늘렸다. 대출의 가산금리도 1.50%포인트 내렸다. 새 신용평가모델(CSS)를 적용한 '중신용플러스대출'과 '중신용비상금 대출' 등 새 상품도 출시했다.

문제는 급격한 중·저신용자 대출 증대는 자산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 그만큼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져 실적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현황은 추후 은행연합회에 공시될 예정이다”라며 “신용평가모델이 계속 고도화되고 있어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달성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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