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공급 입법안 발의, 8만 가구 공급
미군기지 반환 등 문제 산적···현실성 떨어져
용산구도 반대···“협의 없는 일방적 정책 추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용산 미군기지 이전 부지 활용을 놓고 용산구 일대가 시끄럽다. 여당이 조성 예정인 용산공원 내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면서다. 도심 내 주택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여당 소속 용산구청장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라며 난색을 표했고, 국회 입법예고시스템 게시판에 반대 의견이 만명을 넘어서는 등 반대 여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용산공원 5분의 1 면적, 공공주택 8만 가구 공급
19일 국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을 포함한 여당 의원 15명은 이달 초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용산 미군기지 반환 부지를 공원 외 택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마련된 현행 특별법은 반환 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도록 하고 용도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은 집값 안정화 차원에서 마련됐다. 서울 도심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을 통해 주택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여당은 반환 예정 부지 300만㎡ 중 20%인 60만㎡를 활용해 용적률 1000%까지 상향할 경우 8만 가구 이상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강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최고의원회의에서 “국유지이면서도 원주민이 없어 매입과 이주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공공주택 신도시를 속도감 있게 만들 수 있는 땅”이라고 말했다.
◇2·4대책 삐걱, 마음 급해진 與···‘졸속’ 비판 직면
업계 안팎에선 이번 발의를 두고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26일 용산공원을 대한민국 대표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담은 용산공원 조성계획을 연내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7대 제안도 채택했다. 7대 제안에는 ‘누구나 용산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온전한 공원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제안이 포함됐다. 이 같은 방침을 여당이 한 달도 안 돼 뒤집는 셈이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요 주택공급 방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 안팎에서 매번 논의 대상에 올랐다.
여당이 해묵은 법안을 들고 나온 것은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2·4공급대책 추진이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대책 핵심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예비 후보지들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현재 반대 의사를 밝힌 가구 수는 18곳, 4만여 가구에 이른다. 정부가 후보지로 정한 56곳, 7만5000여 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식적으로 사업 철회 의사를 밝힌 곳은 6곳, 1만1013가구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공급 대책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여당 소속 용산구청장도 반대···“미군기지 반환 시기도 불투명, 공급계획 현실화 힘들어”
용산구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여당 소속인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여당의 계획이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일방적 정책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미군으로부터 반환받기로 한 부지를 모두 돌려받지도 않았는데 공공주택 건설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또 강 의원이 제출한 법률안에는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 반대 의견이 1만1000여건이나 달렸다. 용산에 지역구를 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 발의는 입법 도발이며, 용산구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여당의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용산공원 조성의 전제가 되는 미군기지 반환 시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부지 반환이 완료돼야 주택 공급도 가능한데, 현재 정부는 용산공원 예정부지의 2%만 돌려받은 상태다. 내년까지 본체 부지 가운데 50만㎡가 반환될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점과 구역도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에 반환 이후에도 환경조사, 토지 정화에만 최소 2~3년이 걸려 당장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용산공원 조성 진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여당이 추진하는 공급계획은 현실화되기 힘들다”며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용산공원 조성이 결정된 만큼 일부라도 집을 짓자는 국민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추진 동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