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1000가구 재건축 단지 사업 승인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SH 사장 공석 장기화, 정부·시의회 공조 ‘암초’
“임기 내년 6월까지···정책 실현 가능성 의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규제와 집값 급등, SH 사장 공석 장기화 등 여러 난관에 부딪힌 모양새다. 남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주택 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시가 최근 1000가구 넘는 재건축 단지 사업 승인을 하며 도심 주택 공급에 시동을 걸었지만 업계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치솟은 집값에 부동산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데다 정책에 힘을 실어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인선도 안갯속인 형국이다. 아울러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책 방향이 다른 정부와 서울시의회의 공조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4건(약 3200가구)의 건축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단지가 1850가구로 단지 규모가 가장 크고 ▲방배 신동아 재건축(857가구) ▲은평구 신사동 19-100번지 주상복합(아파트 262가구·오피스텔 50실) ▲광진구 상록타워아파트 리모델링(229가구) 순으로 물량이 많다.

특히 오 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강남권에서 1000가구가 넘는 재건축 단지 사업을 승인하면서 주택 공급 활성화 신호탄을 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4월 이후 강남3구(강남·송파·잠실)에서 총 2건의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들 단지는 200여가구 소규모 단지로 파급력이 낮았다. 오 시장이 약속했던 ‘스피드 주택공급 공약 실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치솟은 집값이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오 시장이 취임한 지난 4월 초부터 7월 말까지 4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은 4% 올랐다. 후보 시절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공약으로 정비사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는 전용면적 82㎡가 최근 28억5800만원에 거래돼 3월(26억8100만원)보다 2억원 가량 올랐다.

아파트 재건축 규제완화의 핵심인 안전진단 기준 완화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오 시장은 당선 이후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집값이 급등세인 만큼 시장 안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강남의 초기 재건축 단지들이 연합회를 만드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건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듣는 것이 전부다.

주택 공급에 힘을 실어줄 SH 사장 인선도 불투명하다. 최근 김현아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SH 공사 사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오 시장은 SH를 통해 공공·임대주택과 장기전세주택 공급에 나설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재공모에 나섰지만 통상 인사 임명까지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에서 늦으면 연말까지 SH 사장직은 공석일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만큼 장기전세주택 공급 정책을 펼치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책 방향이 다른 정부와 서울시의회의 찬성을 끌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집값 폭등을 이유로 재건축·재개발 완화 정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관련 사업들이 서울시의회의 예산 심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오 시장의 당초 계획은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며 “유휴부지 개발, 역세권 고밀개발 등 우선 서울시 역량만으로 가능한 주택 공급 역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 오 시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