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형 SUV 캐스퍼, 내달 양산 시작해 하반기 출시···온라인으로만 판매
온라인 판매 명분 확보와 고급화 추세에 경차 구매 포기한 소비자 발길 끌 계기 될 듯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위탁생산을 맡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칭·프로젝트명 AX1)가 온라인 판매와 경차 시장을 개척할 새로운 카드가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캐스퍼가 흥행할 경우 그동안 노동조합 반발로 막혀있던 현대차의 온라인 판매와 2002년 아토스 중단 이후 끊겼던 경차 시장 재진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내달부터 캐스퍼 양산에 돌입한다. 출시는 올 하반기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국내에서 위장막에 덮인 캐스퍼 사진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면서 출시 전 반응도 뜨겁다.
캐스퍼가 성공한다면 현대차 입장에선 두 가지 카드를 확보하는 셈이다.
◇ "대세는 온라인 판매"···캐스퍼 시작으로 물꼬 틀까
먼저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캐스퍼는 국내에선 전량 온라인 판매로만 이뤄질 계획이다. 실물 관람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별도 오프라인 전시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나, 일반 영업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수입차를 시작으로 온라인 판매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온라인 판매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BMW코리아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한정판 모델들이 내놓는 족족 완판됐으며, 지난해 르노삼성 XM3도 사전계약 중 30% 수준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부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한국GM도 완성차 중 처음으로 볼트EUV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온라인 판매의 경우 마우스 클릭 몇 번 만으로 편하게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더라도 그래픽화를 통해 실내외 디자인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으며, 각종 영상을 통해 실물을 접하기 쉬워졌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온라인 판매가 성행하지 못한 것은 실물 접근성보다 가격 측면이 컸다. 자동차의 경우 영업점, 판매사원마다 할인폭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저기 가격을 알아보고 차를 구매해야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수입차 업계에서 할인을 줄이는 대신 정가를 낮춰 가격 편차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도 딜러들과 ‘가격 씨름’을 하는 것 보다 믿을 수 있는 가격에 자동차를 구매하길 원하는 추세다.
현대차의 경우 수입차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영업점들마다 할인폭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기 수월하다.
문제는 노조다.
현대차 판매직 노조는 온라인으로 판매할 경우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는 전기차 EV6 사전예약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노조 반발에 오프라인도 함께 실시했다.
캐스퍼의 경우 위탁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차량 판매 방식을 현대차 노조와 협의하지 않아도 된다. 캐스퍼에 대한 구체적인 가격이나 제원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경형SUV라는 점과 생산을 맡은 GGM이 연봉을 낮춘 ‘광주형일자리’의 모범사례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젊은 고객층이 주요 타겟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경우 중장년층보다 온라인 구매에 친숙하기 때문에 판매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1000만원대 차 사고파”···대형화·고급화에 밀린 경차 수요 정조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이 대형화·고급화 추세로 흘러가면서 점점 경차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갈수록 큰 차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성향과 수익을 높이기 위한 자동차 기업들의 수요공급논리로 인해 경차가 소외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차에 대한 수요층은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가격이 3000만원대를 훌쩍 넘기면서 높아진 진입장벽에 자동차 구매를 포기한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경쟁력 있는 경차가 나온다면 이들을 다시 자동차 시장에 불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퍼가 1000만대의 저렴한 가격대로 나온다면 이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경차 시장의 경우 스파크, 모닝, 레이 등 사실상 3개 차종 밖에 없어 선택지가 다른 차급에 비해 적었으나 캐스퍼가 흥행한다면 경차 라인업 확장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레이가 차박 열풍에 힘입어 1인 차박을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비슷한 급의 캐스퍼도 차박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7월 국내 레이 판매는 2만1843대로 전년대비 38% 늘며 모닝(2만1180대)을 제치고 경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