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카카오뱅크 상장 3일차에 600만주 장중 매도로 4300억 현금화
결과적으로 구주매출 숨긴 것과 다르지 않아···블록딜 매각마저도 외면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상장 첫날부터 ‘따상’에 성공하고 질주할 것 같았던 카카오뱅크 주가가 7만원대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공모가(3만9000원)를 놓고 보면 충분히 많이 올랐지만 상장 이후 파죽지세였던 카카오뱅크 주가를 돌이켜보면 어디선가 급브레이크가 걸렸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 계기는 넷마블의 보유지분 매각 공시였을 것이다. 넷마블은 10일 장중매도를 통해 보유주식 1523만9183주(3.21%) 가운데 600만주를 매각했고 4301억8388만원을 현금화했다. 그리고 장 마감 이후 이를 공시했다. 넷마블이 가지고 있는 카카오뱅크 주식은 이제 923만9183주(1.94%)로 쪼그라들었다.

상장 이후 이틀 연속 고공행진했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3일차였던 10일 전거래일보다 7100원(9.04%) 급락한 7만1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모두 카카오뱅크 주가가 상장 이후 조정을 한 번쯤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주체가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부터 함께한 넷마블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넷마블은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의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카카오뱅크 지분 3.74%를 확보했다. 이후 유상증자에도 꾸준히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917억원을 투자했다. 현금화한 4300억원을 제외하고도 여전히 카카오뱅크 지분가치는 7000억원에 달한다. 12배가 넘는 수익이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투자 안목을 칭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넷마블은 카카오뱅크 외에도 엔씨소프트(195만주), 하이브(708만7569주), 카카오게임즈(321만8320주) 등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고 지난해에는 코웨이 지분 25.51%(1851만1446주)를 인수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도약했다.

하지만 투자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투자금 회수 방식이다. 

넷마블은 카카오뱅크 설립부터 함께한 투자자였다.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라고 봐도 될 정도다. 넷마블이 상장 3일차에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현금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카카오뱅크 주식을 매수한 사람은 없다.

넷마블이 보유주식을 매도하고 싶었다면 상장하면서 구주매출로 매각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다. 넷마블이 보유지분을 매각한다는 사실을 상장전 공시를 통해 떳떳하게 밝히고 팔아야 했다는 말이다.

넷마블이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했다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시선은 지금보다는 차가웠을 것이다. 상장 3일만에 넷마블이 보유지분을 전격 장중 매도한 것은 한 푼이라도 더 많은 현금을 얻기 위해 구주매출을 숨긴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넷마블로서는 갑작스럽게 현금이 필요했을 것이다. 넷마블은 이달초 2조5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넷마블 자기자본 5조5191억 원의 45.2%에 달하는 베팅이다. 오는 9월17일까지 인수대금의 80%인 약 2조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0%(약 5000억 원)는 4년에 걸쳐 내야 한다.

넷마블은 보유현금이 많지 않다. 인수를 결정한 당일 1조7786억 원에 달하는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 여기에 넷마블의 본업인 게임사업에서 나오는 돈도 줄어들고 있다. 2분기 넷마블은 연결기준 매출 5772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5.8%, 영업이익은 80.2% 급감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상장이 오래전부터 진행됐기에 뒤늦게 구주매출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꾸기에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넷마블에게는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이라는 차선책이 있었다. 적어도 시장의 흐름을 아는 투자집단이라면 보유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다른 주주들을 고려해 주가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넷마블의 이번 장중 지분매도는 부드럽고 원만한 방식의 투자금 회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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