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1987명 집계···정부, 추가 방역조치 거론
감염병 전문가 “정부가 최후수단 시행 안 할 것”···“강력한 조치 없으면 3000~4000명 간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어 정부가 추가 방역조치를 거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강화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확산 정점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로 전망하고 있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987명이다. 이중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1947명이다.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간 발생한 일별 신규 확진자를 보면 1704명→1823명→1728명→1492명→1537명→2222명→1987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가 급속하게 확산되자 정부가 추가 방역조치를 거론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가 방역 조치에 대해 “현 추세를 분석하면서 필요성 여부와 어떤 것이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라며 “여러 전문가와 함께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산을 잠재울 수 있는 최후수단을 정부가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를 불신하기도 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정부가 결단하지 않으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3500명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강력한 방역정책을 요청했는데 정부가 1년 반 동안 시행하지 않았다”라며 “타이밍이 중요한데 정부가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의료기관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중요하고 국민들만 힘들어진다”며 “‘굵고 짧게’라는 용어가 적용되지 않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역정책에 있어 ‘최후수단’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며 “현 정부가 락다운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락다운이란 사람 이동을 제재하는 ‘이동제한령’이나 ‘봉쇄령’을 의미한다. 그는 “광복절 연휴 때 집에 있으라는 정부 요청으로 자영업자들은 배신당했다”라며 “앞으로 코로나 환자는 물론, 비코로나 환자도 제때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확산이 9월로 이어지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향후 확산의 정점 시점은 정부 방역조치 여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단기간 코로나 확산을 막는데 백신 접종이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 정부는 백신을 확보하지 않고 예약만 했다”고 비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등 방역정책으로 겨우 막아내는 상황”으로 정리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사유로 현재 상황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백신 접종률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 방역정책을 유지하거나 또는 강화된 방역정책 시행 등 두 가지 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증가하는 백신 접종률이 효과를 보이는 시점은 9월 중순이나 말 정도로 예상된다”며 “코로나 확산 정점은 8월 말부터 9월 중순 사이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방역정책도 결정해야 하고 자영업자가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코로나 피로도가 최고조인 국민도 설득해야 하는 등 어려운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문가들이 (최후수단을) 이야기해도 정부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 교수는 “코로나 사태 초기 정부가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했으면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 거리두기 단계는 효과가 없다”고 정리했다. 그는 “현재로선 재택근무 확대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포장판매 등 현실 가능한 조치만 거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점점 올라가는 상황에서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가 코로나 확산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하지만 확산이 이어지면 정점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 방역정책에서 부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2주가량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면 백신을 접종할 2달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2주 동안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만약 이같은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향후 확진자가 3000명에서 4000명 사이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현 시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부가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 답답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 확산의 정점은 아직 먼 느낌”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