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DL·롯데, 하남 ‘H2 프로젝트’ 공모 참여···‘한화건설·경희대의료원 vs DL이앤씨·차병원’ 각축
“향후 의료복합타운 건설시장에서 유리한 위치 선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각각 대형 병원과 컨소시엄을 맺고 하남에 집결했다. 하남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문화복합단지 조성 사업인 ‘H2 프로젝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향후 의료복합타운 건설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12일 하남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H2 프로젝트 공모에는 대형 건설사가 대표로 나선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3개 컨소시엄은 ▲한화건설·경희대의료원 ▲DL이앤씨·차병원 ▲롯데건설·명지병원 등이다. 각 컨소시엄은 300~500병상 규모의 병원 건립 계획을 제출했다. 하남시는 의료 인프라 개선을 위해 사업 계획에 종합병원 건립을 의무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남시는 인구가 40만명이 넘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야간의 위급상황, 중증 환자들이 인근 서울로 가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는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H2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하남시는 물론 주변 위례·미사·감일 등 조성 중인 신도시들도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H2 프로젝트는 하남시 창우동 일원 16만2000㎡ 부지에 종합병원을 비롯해 어린이 체험시설·호텔·컨벤션 센터 등을 조성하는 개발 사업이다. 사업비 2500억원이 투입된다. 사업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수도권 내 핵심 개발로 주목도가 큰 만큼 수주한 건설사는 의료복합타운 건설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H2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이달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대형병원과 손잡은 한화건설과 DL이앤씨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수주전은 사업 특성상 금융사나 건설사가 아닌 병원이 가진 경쟁력에 따라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실제로 최근 마무리된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의 사업자로 선정된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정상 의료기관으로 국내 3대 대형병원 중 한 곳이다. 차병원, 인하대병원, 순천향대병원 등과 경쟁을 벌였다. 또 지난 3월 진행된 경기 ‘위례신도시 의료복합용지’ 사업자 공모에선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명지병원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건설과 손잡은 경희대의료원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병원 중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고가의 의료장비를 갖추고 난이도가 높은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라는 것을 보건복지부로부터 인증받은 곳이다. 이번 공모에선 상급종합병원에 가점 50점을 부여한다. 경희대의료원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하남시의 스마트 도시계획을 기반으로 500병상 규모로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의료기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DL이앤씨 컨소시엄에 참여한 차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학·연·병’을 모두 보유한 의료 기업이다. 경기도 판교에 국내 유일의 산·학·연·병 융합 연구 공간인 ‘차바이오컴플렉스’를 통해 차의과학대학교·종합연구원·차병원·그룹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의료·임상·특허·바이오,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현재 강남과 분당신도시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하남시 분원 설립으로 ‘동남부 벨트’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과 팀을 이룬 명지병원은 두 병원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 경기 서북부인 고양시와 충북 제천에 각각 병원이 위치했다. 지역 거점병원 운영 경험으로 하남시 분원 설립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 ‘위례신도시 의료복합용지’ 공모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의료복합사업은 지역의 대표적인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수요가 충분한 데다 향후 바이오, 제약 등 미래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의료법인에만 한정된 사업자 규제가 일부 해소되면서 증권사와 디벨로퍼 등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면서 건설사들이 이곳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도시공사는 지난 2013년부터 해당 사업부지에 ‘하남 패션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협상을 벌이던 패션협회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업은 무산됐다. 올해 초 응급실을 포함한 종합병원 등을 유치하는 친환경 문화복합단지로 계획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