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산업부 박기영 차관 취임···“탄소 중립, 새로운 국제상황서 불가피”
“MB 부조리 석탄 발전 정리해야”···“재생E, 상용화 진척시 고비용 완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전담 차관을 신설하고 시나리오까지 내놓으며 탄소 중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비쳐봤을 때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과 함께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제기되는 고비용 문제는 상용화가 진척되면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초대 에너지 전담 차관인 박기영 제2차관 취임식을 열었다. 박 차관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야전사령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탄소 중립 실현을 화두로 꺼내며 기존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수급 및 시장 구조를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차관 업무는 에너지 정책 전반을 맡게되지만 그중 탄소 중립 업무가 주가 될 것”이라며 “최근 발표한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 실무 업무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탄소 중립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며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석탄발전소는 2018년 현재 41.9%에서 최소 7기를 유지하거나 완전 중단하고 원전 비중은 23.4%에서 6.1~7.2% 수준으로 낮추되, 재생에너지 비중은 5.6%에서 56.6%~70.8%로 늘리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새로운 국제 질서 대응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배터리, 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과 디지털 기술 등은 탄소 중립 실현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환경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지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발전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석탄화력발전소는 전체 설비용량 35.3GW 중 30GW가 매일 가동됐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전체 58기 중 수리 중인 1기를 제외한 57기가 풀가동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발전소를 가동할 때 연료가 저렴한 석탄발전과 원전을 먼저 가동하고 이후 다른 발전원을 돌리는데 전력 수요가 몰리는 여름엔 석탄과 원전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발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를 근거로 현재 우리나라 발전 상황에 비쳐봤을 때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 방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미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이는 국가적으로 약속한 것”이라며 “시나리오에서 남는 석탄발전은 대부분 민자 석탄인데 이는 이명박 정부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석탄 발전소를 추진할 당시 민자에 지분을 줬는데 이게 탄소 중립을 실현하면서 정부가 주도로 없앴을 경우 소송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 관계자는 “공식적 무역 제재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 석탄 화력장비 수출 등에 있어 사실상 제재를 받고 있어 석탄 화력을 우리가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탄소 배출 관련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라 우리가 수출을 하려면 석탄 발전소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부조리로 인해 남은 유산을 미래 정부로 떠넘기지말고 이번 정부나 차기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탄 화력의 비중이 줄어든다고 원전 비중을 높이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배타적 관계라 재생에너지 비율이 30~40% 정도만 되도 원전을 제대로 가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모두 경직성 전원으로 실시간으로 출력제어가 안 되는 발전설비”라며 “그동안 원전은 실시간 출력제어를 할 수 있는 가스 발전 같은 유연성 전원이 있었기에 마음껏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 단위에서 RE100 등의 규제가 들어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전을 불가피하게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부족하기 때문에 원자력과 같이 가야한다는 원자력계 주장은 전력망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나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2016년 재생에너지 태양광이 늘어나면서 남은 원전을 다 폐쇄하기도 했다.

3~4년 후 재생에너지 비율이 10%에 도달할텐데 이 수준만 되도 원전에 문제가 생겨 출력 감발을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출력 감발은 원전이 불시 중단됐을 때 전력망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실시한다. 지난해와 올해는 연휴 기간 실시했지만 앞으로는 주말이나 주중에도 출력감발을 해야 할 것이란 예상이다.

재생에너지 도입에 있어 따라 붙는 고비용 문제는 보편화가 되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탄소중립위 관계자는 “대량생산을 하면 단가가 내려가는 데 우리나라는 아직 규모가 작아 획기적으로 단가를 내리기 미흡한 단계”라며 “미국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와 태양광 단가가 비슷했는데 정부차원의 보조금을 통해 시장 진입을 늘리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가격도 자연스럽게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적정한 시장규모만 확보해주면 10년 이내에 간련 산업들이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위원회 내부에서 탄소 중립 추진 의지는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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