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물의 일으켜서 죄송···사실에 입각해 성실히 답변”
계열사 자금 3300억원 동원해 금호산업 인수 대금으로 운용 등 혐의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지원토록 한 혐의로 기소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첫 공식재판기일에서 “금호그룹의 공동이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 등 4명과 금호산업 법인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구속기소된 박 회장은 앞서 열린 2차례의 공판 준비기일에 피고인출석 의무가 없어 나오지 않았고, 이날 처음 출석했다. 황색 수의를 입은 박 전 회장은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박 전 회장 측은 이날 혐의를 부인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앞선 준비기일에서 기록검토 미비를 이유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3000억원 이상의 사재를 회사에 쏟아 부었는데 검찰은 피고인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한다”며 “피고인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이 그룹 공동의 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금호산업과 계열사들을 그룹으로 가져오는 게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열사에 피해를 준 바 없고 그런 인식이나 의사가 없었다. 계열사 간 자금 지급 및 인수를 통해 금호산업의 기업 가치 증대 등 선순환을 기대했다”며 “공소사실은 사실관계에 오해가 있을 뿐 아니라 죄가 되지 않는 행위다”고 강조했다.
박 전 회장은 모두발언 기회를 얻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금호그룹 임직원과 그룹을 아껴주셨던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며 “금호그룹을 위해 혼심의 힘을 다했던 임원들까지 이 자리에서 함께 재판을 받게 돼 마음이 무척 무겁고 참담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호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제 나름대로 25년간 기업 경영하면서 최선을 다했다”며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설립 때부터 제 모든 것을 바쳐 일궈온 분신 같은 회사인데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는 명목을 재판을 받게 돼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에 입각해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은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을 위해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만들고 2015년 말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금호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다양한 불법 행위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12월28일 마치 정상적인 차액 거래인 것처럼 가장해 금호터미널 등 금호그룹 4개 계열사 자금 총 3300억원을 금호기업에 몰아주고 그 돈으로 금호기업의 그룹 지주사이자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들의 모회사인 금호산업의 경영권 주식을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6700억원에 인수한 혐의(횡령)를 받는다.
또 2016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저가 매각한 혐의(배임)도 있다.
이와 함께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 금호산업 등 계열사 9곳을 동원해 자금난에 빠진 금호기업에 무담보 저금리로 총 1306억원을 대여하게 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게이트그룹이 금호기업에 약 1600억원을 투자(BW 인수)해 주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 계열사에 1333억원에 저가로 매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금호산업, 금호고속, 아시아나항공 등에 과징금 총 320억원을 부과했다. 또 박 전 회장, 윤아무개 전 상무 등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과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