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임금 인상안 격차 커···파업 이어지면 국가경제 '타격'
재무구조 개선 시간 필요···산은 "대규모 인상 어렵다"
해운업 호황 전망···"고통 감내한 직원 보상해야"주장 힘실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국내 유일 대형 컨테이너사 HMM 경영진과 노조가 임금 인상 문제를 높고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노사의 입장 차이로 파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HMM의 채권 은행이자 최대주주(지분율 24.9%)인 KDB산업은행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임단협 사태가 파업으로 이어지면 국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떄문이다. 

산은은 HMM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임금 인상은 어렵단 입장이다. 하지만 해운업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그간 임금동결을 참아온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HMM 해원노조(선원노조)는 오는 11일 사측과 4차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갖는다. 노조는 임금 25% 인상에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격려금 100% 지급을 제시해 입장 차이가 크다. 노조는 이번 협상도 결렬되면 중앙노동위원회의(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중노위도 합의가 되지 않으면 파업에 대한 노조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육상노조는 이미 중노위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사실상 임금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산은은 일단 대규모 임금 인상은 어렵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MM의 재무구조만 놓고 보면 산은이 노조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HMM은 지난 3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2조142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01.5%에 달한다. 작년 말 대비 약 54%포인트 개선됐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신종자본증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을 사들이면서 쏟아부은 3조3000억원 규모 공적자금으로 유지한 비율이다. 공적자금이 없다고 가정하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그간 적자를 거듭하면서 결손금이 4조원 넘게 발생한 탓이다. 

HMM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대한 당기순익을 늘려 사내 유보 규모를 키워야한다. 인건비 증가는 재무구조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HMM은 올해 1분기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사내 유보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전환사채에 대한 8650억원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대규모 영업외손실로 인해 당기순익은 154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자료=HMM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또 산은은 HMM을 최종적으로 민영화 해야 한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이 숙제다. 재무구조가 아직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이 크게 늘면 투자자들에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부실기업에 혈세를 투입했는데 이를 갚기도 전에 성과금 축포란 여론이 제기될 수 있는 점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반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해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도 산은이 피해야할 상황이다. 수출 증대로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일 대형 선사인 HMM이 멈춰선다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 이유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 파업이 발생하면 노조에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분위기다. HMM 직원들은 그간 경영정상화를 위해 희망퇴직, 임금 동결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고통을 감내했다. 실제로 HMM 육상직과 해상직은 각각 8년과 6년 동안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HMM 임직원 평균연봉은 국내 중견 해운사보다 2000만원 가량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직원들의 불만은 계속 커졌다. 일각에서 제기된 “돈은 충분한데 산은이 공적자금을 갚지 못하게 한다”라는 주장도 직원들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HMM의 현금자산은 1조원이 넘지만, 결손금 규모를 고려해보면 당장 현금자산으로 전환사채를 상환하는 것은 어렵단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HMM 해원노조 관계자는 “본사에서 돈 관리를 어떻게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노조는 전환사채 상환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라며 “다만 코로나 위기 속에서 직원들이 목숨 걸고 일한 만큼 임금 인상이 돼야 한단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해운업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HMM은 2분기에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증권가는 오는 2022년까지 해운업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올해 하반기 2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다면 결손금도 크게 줄일 수 있다. 1분기처럼 일회성 성격의 대규모 영업외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실적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에는 그간 정체됐던 직원들 임금을 올려줘야한단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곧 4차 임단협이 진행되는 만큼 노사 협상과정을 일단 지켜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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