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신규 확진자 1776명, 역대 4위 규모···30일 연속 1000명 이상 집계
감염병 전문가 “현 상태 지속될 경우 위험”···정부에 특단의 대책 요구

4일 오후 경남 김해시보건소에서 보건소 직원이 얼음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경남 김해시보건소에서 보건소 직원이 얼음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회의에서 언급된 확진자 2300명대 돌파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2000명대 돌파 가능성이 있으며 최소한 이달 말까지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776명이다. 이 수치는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4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달 7일(1212명)부터 30일 연속 1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에 지난달 회의에서 거론된 확진자 2300명대 돌파 가능성이 주목된다. 실제 지난달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질병관리청은 “분석 결과 감염 재생산지수가 1.22 정도인 현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8월 중순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2331명까지 증가한 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당시에 비해 감염재생산지수는 최근 낮아졌다. 감염재생산지수란 1명 확진자가 추가 감염자를 만들어내는 수치를 지칭한다. 지난주 1.04로 집계된다. 하지만 상당수 감염병 전문가는 최근 악화된 상황으로 인해 이달 중순을 넘어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우선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비수도권은 코로나 안정세가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의 경우 정점을 찍었고 증가는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코로나의 전국 확산 정도는 비수도권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코로나 확산세는 8월 한 달 간 계속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강력한 코로나 억제 수단을 사용하거나 예방백신 접종을 크게 늘린다면 변화가 발생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일(6일) 발표할 사회적 거리두기는 단계를 어떻게 조정할 건지에 대한 결정이 주된 의사 결정 과제”라며 “(단) 체계 개편이라고 볼 정도로 거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후 3-4주 가량은 현 추세가 그대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언제든 대규모 발병 가능성은 있는 상태”라며 “현 상황이 그대로만 진행되더라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가 계속 확산되면) 의료체계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음 주는 코로나 확진자가 (이번 주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비수도권은 휴가지를 중심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천 교수는 “코로나 확산세는 향후 더 올라갈 확률이 있다”며 “이 상태로 간다면 8월에 이어 9월까지 확산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백신 접종이 늘긴 하겠지만 오히려 접종자들이 안심해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코로나는 초기 치료가 중요한데 정부가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고령층도 아닌데 위중증환자가 급증하는 것을 정부가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조정하고 재택근무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느슨한 방역체계를 다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천 교수는 “전 국민의 88%도 좋지만 자영업자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제공하고 코로나 검사 건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1000명 시대는 이미 일상화됐고 이달 중순 경에는 2000명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휴가지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휴가에서 복귀한 후 검사를 받으면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의료시스템도 비상”이라며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떠돌아다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8월에 이어 추석 때도 위험하다”며 “정부는 백신 접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 견해를 들어보면 결국 지난달 질병청이 보고한 것에 비해 상황이 더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당초 ‘굵고 짧게’라던 정부 언급이 무색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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