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점 쌓기 허덕이는 서울서 젊은 주택수요자 관심↑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청약시장에서 추첨제 물량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가점 쌓기에 한계가 있는 젊은 수요층이 집결하는 영향이다. 지난달 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집값 고점 경고를 날리던 날 추첨제 물량이 500세대나 풀리던 세종 자이더시티 평균 청약경쟁률이 200대 1, 최고경쟁률이 1200대 1까지 나온 게 이를 대변한다. 해당 사업장 청약일정이 종료됨에 따라 연내에 나오는 추첨제 물량 사업지는 어디가 있는지에 수요자들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추첨제 물량 비중은 지역별로 다르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 85㎡초과 주택형 기준 전체 공급 물량의 50%만 추첨제를 적용받도록 하고 있어서다. 청약과열지역에서는 전용 85㎡는 분양물량의 70%가 추첨제로 풀리고 전용면적 85㎡이하는 25%만 추첨제를 적용한다. 또 비규제지역에서는 전용면적 85㎡초과는 100% 추첨제로, 전용면적 85㎡이하 물량의 60%를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DL이앤씨가 이달 말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3다시 10블록에서 분양하는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에 수요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전용면적 101㎡가 일반분양으로 174세대가 풀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추첨제 물량은 약 87세대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한데, 서울에서 가장 근래에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 가운데 전용 85㎡ 이상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추첨제 물량도 전무했다.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3040세대가 청약시장에서 소외됐다가 오랜만에 시장 참여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11월에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에서 추첨제 물량이 풀릴 예정이다. 공급타입 107, 137, 191㎡에서 약 20세대가 나온다. 다만 이곳은 분양평형이 큰 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기준에 따라 역대 공동주택 최고가인 원베일리 분양가를 기준삼아 비슷한 수준으로 고분양가가 책정된다. 원베일리와 달리 분양가상한제에서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함에 따라 잔금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추첨제 물량이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15억원 안팎의 자금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밖에 광주광역시에서 분양하는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상무역은 사업지가 청약과열지역이어서 전용 119㎡는 분양물량의 70%가, 전용 84㎡는 일반분양 물량의 25%가 추첨제 물량이 된다. 이 사업장에서만 약 190세대가 추첨제로 주인을 찾게 된다.
업계에서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으로 민간분양 청약수요가 공공분양으로 분산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민간분양 내 추첨제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3기신도시는 소득,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등 요건을 맞추기가 까다롭고 민간사업장의 일반분양 청약은 가점을 쌓기가 어렵다. 반면 민간분양의 추첨제는 공급호수가 적지만 가점 기준과 무관하게 당첨을 노려볼 수 있는 방법이다. 청약통장과 자금력만 마련하면 되는 만큼 내집마련 문턱이 낮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과 일정이 겹쳤음에도 지난주 세종 자이더시티에만 22만명 이상이 몰렸다”며 “저가점 수요자들이 추첨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