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적자 누적에 김치생산 위탁···계열사에 시세보다 높게 판 혐의
와인도 계열사에 강매 의심···검찰 “피의자 조사, 기소 여부 검토 중”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12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12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최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총수일가가 소유한 골프장을 통해 김치를 만들어 그룹 전 계열사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만간 조사 자료 검토를 마치고 이 전 회장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고진원)는 지난 4월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충주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6월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그는 오는 10월 형 만기로 출소할 예정지만, 계속해 사법리스크를 안게 된 모양새다.

이 전 회장은 2014년부터 2년간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사업부인 ‘휘슬링락CC’의 김치를 고가에 태광그룹 계열사들에 팔아 회삿돈 25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고급회원제 골프장인 ‘휘슬링락CC’는 지난 2011년 개장한 이후 영업부진으로 ‘티시스’에 합병됐는데, 합병 이후 티시스의 실적 역시 악화됐다. 2012년 125억3000만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3년 –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검찰은 이와 같은 실적 악화를 휘슬링락CC의 ‘김치 강매’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당시 총수일가 다수의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아무개 실장이 ‘티시스’ 실적 개선 명목으로 2013년 12월 ‘휘슬링락CC 김치’ 제조‧계열사 고가 판매 등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당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에서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통괄했고,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부터 ‘휘슬링락CC’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서 김치 제조를 위탁해 김치를 대량생산(알타리무김치 4월, 배추김치 11월)했고, 2014년 5월 김 실장은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19만원/10kg), 구매수량 등을 결정‧할당해 구매를 지시했다.

계열사들은 부서별로 재할당해 ‘휘슬링락CC 김치’를 구매했으며, 이 과정에서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매된 김치는 10kg 단위로 포장돼 임직원 주소로 택배 배송됐고,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구축해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매‧고가 판매 등으로 ‘휘슬링락CC 김치’의 지난 2016년과 2017년 영업이익률(43.4%~56.2%)을 나타냈다. 이는 식품업계 평균(3~5%)보다 11.2~14.4배 높은 수치라고 한다.

검찰과 공정위는 ‘휘슬링락CC’에게 제공된 이익이 최소 25억5000만원이고, 대부분 이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와인 소매 유통회사인 ‘메르뱅’의 와인을 김치와 비슷한 구조로 강매한 혐의 또한 받는다.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각 계열사에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계열사가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하고, 이를 통해 태광그룹 총수일가에 제공된 이익은 7억5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전 회장 기소와 관련해 “피의자 조사 등 수사가 진행됐고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다 2011년 4월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이듬해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나 7년 넘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결국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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