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알뜰폰 자회사, 사실상 ‘월 1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
SKT, 4월 알뜰폰 시장서 LGU+에 2위 내주고도 하락세
가격 낮춘 신규 요금제로 알뜰폰 확보 경쟁 참전

이동통신 3사 알뜰폰 가입자 수 비교 /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이동통신 3사 알뜰폰 가입자 수 비교 /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 알뜰폰(MVNO) 자회사 SK텔링크가 월 1만6900원 신규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시장에서 LG유플러스와 격차를 좁히기는 커녕 더 벌어지자 위기감을 느끼고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LG유플러스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2일 알뜰폰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 브랜드 ‘SK세븐모바일’은 월 1만6900원에 LTE 데이터 7GB, 통화 500분, 문자 500건을 기본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신규 요금제를 오는 19일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새 요금제는 기본제공 데이터 소진 후 ‘3Mbps’ 속도제한(QoS)을 제공한다. 그간 비슷한 가격대 알뜰폰 요금제가 기본제공 데이터 소진 후 ‘1Mbps’로 속도를 제한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3배 빠른 데이터를 제공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1Mbps 속도로는 영상 시청 및 고화질 이미지 로딩이 힘든 반면, 3Mbps는 유튜브 영상을 ‘720P’ 화질로도 시청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SK세븐모바일 신규 요금 상품은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인 셈이다.

특히 비슷한 가격의 알뜰폰 요금제 대부분이 6개월 또는 12개월간 할인 후 다음달부터 정상 가격을 받는 등 기간을 한정한 것과 달리 ‘무약정 평생할인’이 가능한 요금제란 점도 차별점이다.

가령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업체 큰사람커넥트의 ‘이야기U 데이터 15GB+(통화·문자 각 100건, 데이터 15GB 기본제공+소진 후 3Mbps QoS)’ 요금제는 현재 8800원에 판매되지만 6개월 후 정상가인 2만9700원을 내야 한다. 요금제 약정할인기간(6개월) 내 해지 시 요금 할인 금액에 사용 개월 수를 곱한 만큼의 위약금이 부과된다.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업체 아이즈비전의 ‘통화, 데이터 자유 11GB+(통화·문자 무제한, 데이터 11GB 기본제공+소진 후 일 2GB 추가 제공 및 3Mbps Qos)’ 요금제 역시 1만6700원에 판매 중이지만 7개월차부턴 정상가인 3만9900원이 부과된다.

SK세븐모바일이 평생 1만6900원 신규 요금제를 출시한 것은 알뜰폰 가입자 확보 경쟁 때문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알뜰폰 시장에서 가입자 기준 점유율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에 역전당했다. 양사 점유율은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SK텔레콤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시장에서 SK텔레콤을 제치고 처음으로 2위 자리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는 223만2002명으로 3월보다 8만명 가까이 증가하며, SK텔레콤(219만4395명)을 추월했다. 같은 기간 KT 망 사용자 수는 502만4313명이다.

지난달 30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는 229만9327명으로 전월 대비 6만7325명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218만6314명으로 8081명 줄었다. KT의 망 사용자 수가 508만3801명으로 5만9488명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 알뜰폰 가입자 수만 하향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 LG유플러스는 ‘U+알뜰폰 파트너스 2.0 프로그램’을 통해 ▲상품 혁신 ▲편의 증대 ▲사업자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포부를 밝히며 알뜰폰 가입자 확대에 나섰다.

KT도 지난해 선보인 데이터 추가 제공 프로모션 운영을 장기화하면서 사실상 정규 요금제처럼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알뜰폰 가입자 확보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알뜰폰 가입자 수 증가가 이통사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가장 적극적인 LG유플러스의 경우 올해 1분기 전체 무선사업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0억원 증가했는데, 알뜰폰 가입자 수 확대가 한몫했다.

강진욱 LG유플러스 MVNO사업담당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분기 무선사업 수익이 작년 동기 대비 720억원 정도 증가했다”며 “그 배경에는 알뜰폰 사업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밝혔다.

박준동 LG유플러스 제휴사업그룹장(상무)은 “MVNO 사업자들이 유치하고 있는 LTE 가입자들은 이동통신(MNO) 망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운영비용(OPEX)을 분담하는 부분은 MNO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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