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2분기도 실적 급증···DGB금융, 4억원 차이로 2위 탈환
꺾이지 않는 코로나 재확산세···은행 건전성 관리가 실적 가를 전망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금융지주가 JB금융지주를 간발의 차이로 꺾고 지방금융지주 실적 2위 자리를 탈환했다.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둔 결과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에도 두 금융지주의 승부는 ‘은행’ 부문에서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익(연결·지배지분 기준)은 27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 급증했다.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이에 JB금융(2784억원)을 4억원 차이로 제치고 2년 반 만에 지방금융지주 2위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JB금융도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DGB에 순위를 내줬다.
DGB금융은 지난 2018년까지는 BNK금융지주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JB금융이 광주은행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2019년 상반기에 추월당했다. 올해 상반기 DGB금융이 아슬아슬하게 JB를 앞지르면서 두 금융지주의 순위싸움은 전망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이번 실적에서 두 금융지주의 승패를 가른 부분은 핵심 사업인 ‘은행’이다. 비은행부문은 두 금융지주 모두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증대를 이어갔다. DGB금융은 비은행 핵심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비은행 비중이 역대 최대 수준(41.6%)를 기록했다. JB금융도 JB우리캐피탈이 상반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두는 등 비은행부문이 전체 실적 증대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희비가 다소 엇갈렸다. 대구은행의 2분기 당기순익은 직전분기 대비 10.6% 급증했다. 이에 대구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1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6% 급증했다. 반면, 광주은행은 직전 분기 대비 순익이 1.1% 소폭 줄었다. 최근 은행권의 실적 증대와 다른 행보다. 이에 전북은행과 합한 JB금융의 은행부문 이익은 1812억원으로 대구은행에 100억원 정도 뒤졌다.
대구은행이 JB금융보다 영업실적이 좀 더 앞섰다. 대구은행의 상반기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은 48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반면 전북·광주은행의 충당금적립전이익(2827억원)으로 같은 기간 14% 증가했다.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은 은행의 영업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합에서 판매관리비를 뺀 값이다.
올해 지속될 두 금융지주의 치열한 2위 전쟁은 은행 부문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은행부문은 큰 격차를 일으킬 만한 계기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은행부문은 주로 인수합병(M&A)으로 실적 차이가 발생하는데, 두 금융지주 모두 이에 대한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DGB금융은 자본비율이 크게 상승해 M&A 여력이 있지만, 당분간 추가 계열사 인수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일각에서 M&A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비은행계열사 인수는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JB금융은 우선 자본비율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JB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강화를 위해서는 BIS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를 맞추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이를 위해 당국에 내부등급법 전환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고, 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 부문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충당금 문제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되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지방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올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3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지방은행은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 경기침체로 충당금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비중이 크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지역 경기 하락은 지방은행의 부실여신 증대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DGB·JB금융의 은행들은 작년 대규모 부실채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경제 위기가 올 것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코로나 재확산세로 그간 터지지 않았던 대규모 여신 부실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로 인한 실적은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두 금융지주의 은행 부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량 차주를 확보하는 등 자산건전성 관리가 하반기 경쟁의 '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DGB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모두 시장의 예상을 넘는 이익을 거뒀다”며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자산건전성 관리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