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한국GM·르노삼성, 여름 휴가 전 임단협 타결 실패
기아 노조,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 요구할 듯 ···한국GM·르노삼성, 적자에도 임금인상 요구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 여름 자동차 업계가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교섭협약 협상(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앞서 지난 27일 임금협상을 타결했으나 기아, 한국GM, 르노삼성의 경우 여름 휴가철 이후에나 교섭이 재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는 하반기에도 노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완성차 노조는 올해도 임금인상 및 성과급·격려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9000원,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상당의 성과급, 정년연장,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별도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아는 올해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됐다. 노조 입장에선 이를 빌미로 기존 요구안에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및 성과급 등 1800만원 상당의 임금인상안에 합의한 만큼 기아도 비슷한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여름 휴가 이후 파업권을 확보해 협상력을 높인 뒤 임단협 교섭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기아가 향후 전기차 시대를 맞아 신규차량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향후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기아가 속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35억7500만유로(약 4조8803억)으로 13개 조사그룹 중 10위를 기록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9%로 꼴찌다.
또한 기아 노조가 하반기 파업을 벌일 경우 EV6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EV6는 당초 7월 출시를 준비했으나, 일정이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하반기 보조금 확보에도 문제가 생겼다. 여기에 노조 파업으로 생산에 문제까지 겹칠 경우 테슬라나 현대차 아이오닉5 등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GM 노사는 최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노조 내부에선 합의안 내용이 당초 요구에 크게 미치지 못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및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의 일시금을 요구했으나, 노사 교섭을 통해 기본급 3만원 인상, 일시 및 격려금 4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업계에선 한국GM이 누적적자가 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번 인상안은 최대한 사측이 배려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나, 노조 투표에서 부결되며 재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르노삼성은 아직 작년 임단협도 끝내지 못한 상태다. 사측은 작년 적자전환 및 코로나19 사태 위기 등으로 인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800만원 상당의 일시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및 격려금 7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올해 205시간의 파업을 강행했으며 이로 인한 생산 손실은 2534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경우 국내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데다, 해외 판매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건비를 올릴 경우 수익 악화를 피할 수 없다. 또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GM 및 르노그룹으로부터 향후 전기차 신차 배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