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의무보유확약 건수기준 12.88%, 수량기준 22.05% 불과
사업관련성 없던 해외 기관은 의무보유확약 비율 0%
공모가하단 허수주문 의혹도···상장 후 저점매수 전략이 나을수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크래프톤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다른 대형 IPO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희망공모가범위 하단 이하로 주문을 넣은 기관들이 적지 않아 허수주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상장한 직후에 기관 매물이 대거 쏟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은 이번 수요예측을 앞두고 금융감독원 압박에 희망공모가범위를 한 차례 낮췄지만 고평가 논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공모주 투자자들로서는 청약신청 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기관 78%가 ‘미확약’···주가하락 우려 확산

30일 금융감독원에 전날 제출된 크래프톤의 발행조건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2주 동안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의무확약비율은 건수기준 12.88%, 수량기준 22.05%에 불과했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고 공모주를 받는 것을 말한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으면 상장 후 바로 팔 수 있는 물량이 많아지기에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크래프톤은 이번 IPO를 통해 865만4230주를 공모하는데 전체 물량의 55%인 475만9826주가 기관 몫으로 배정됐다.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기관 621곳이 참여했고 신청주 수는 11억5732만7497주였다. 이에 따라 수요예측 경쟁률은 243.15대 1로 집계됐다.

하지만 총 621건의 신청 가운데 87.12%인 541건이 의무보유를 하지 않겠다는 미확약이었다. 수량기준으로도 11억5732만7497주 가운데 77.95%인 9억213만9969주가 미확약이었다.

앞서 크래프톤은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희망공모가범위로 45만8000~55만7000원을 제시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를 받았다. 이에 희망공모가범위를 10%가량 낮춘다음 이번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크래프톤 공모가는 희망공모가범위(40만~49만8000원) 상단인 49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4조3098억원으로 2010년 삼성생명 상장 당시 공모금액(4조8881억원)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하지만 수요예측 결과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게 집계되면서 공모가 거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20~21일 진행된 카카오뱅크 수요예측에서는 의무보유확약비율이 41.27%, 수량기준 45.28%로 크래프톤보다 월등히 높았다. 올해 4월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의무확약비율이 건수기준 57.9%, 수량기준 63.2%에 달했다.

특히 해외 기관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 크래프톤 상장 후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크래프톤과 거래관계가 있거나 실재성을 인지하고 있는 해외기관의 의무확약비율은 건수기준 3.42%, 수량기준 6.19%에 그쳤다. 크래프톤과 연이 없었던 28곳의 해외 기관은 1억4269만7000주를 신청했지만 의무확약비율은 0%였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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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주문 의혹도···신뢰 얻을 수 있나

일각에서는 이번 크래프톤 수요예측 경쟁률을 뻥튀기하기 위한 허수주문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범위 하단인 40만원으로 주문을 넣은 기관은 101곳으로 비율로는 전체의 16.3%에 달했다. 그 이하로 주문을 넣은 기관도 27곳으로 4.3%였다.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기관 가운데 총 20.6%가 공모가 하단이하를 제시한 것이다. 수요예측에서 주문된 11억5732만7497주 가운데 4.2%인 4810만9000주가 이런 공모가 하단이하 신청이었다.

이는 최근 IPO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극히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은 희망공모가범위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하는 주문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처럼 공모가 거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수요예측에서는 전체 기관투자가 신청수량 모두가 희망공모가범위 상단이거나 상단 초과 혹은 미제시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전체 수량의 87.54%가 미확약이었던 SD바이오센서 수요예측에서도 공모가 하단 이하 주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크래프톤 측은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장기투자성향의 투자자들이 대거 수요예측에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다음달 2~3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하고 다음달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표주관사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 NH투자증권, 인수회사 삼성증권 등에서 청약신청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투자보다 상장 이후 저점매수가 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의 경우 예상시가총액이 24조원에 달하면서 상장 이후 코스피200 및 MSCI(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지수 편입이 예상되고 있다. 각종 지수에 편입되면 이를 전후해 패시브펀드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및 크래프톤은 코스피200지수 및 MSCI 지수에 조기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9월 10일 코스피200지수에 조기편입될 것이고 카카오뱅크는 8월 18일 장마감 이후, 크래프톤은 8월 23일 장 마감 이후 MSCI지수에 조기편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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