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택된 지 오래 안 됐지만 세계적으로 보편화 된 글로벌 스포츠 됐다는 의미 커
중국 강세인 탁구, 한국 강세인 펜싱 종주국은 각각 영국·프랑스··종주국 무조건 메달 싹쓸이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

지난 7월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5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장준이 헝가리 살림 오마르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5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장준이 헝가리 살림 오마르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개막 일주일을 넘어서며 올림픽 분위기도 점차 무르익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됐지만 어쨌든 살면서 몇 번 경험할 수 없는 대회이기에 선수들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양궁 여자 단체전,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해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이 눈부신데요.

그런데 우리가 종주국인 태권도와 관련해선 일부 아쉽다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태권도 종주국답게 메달을 싹쓸이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노골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여러 국가가 금메달을 따고 있는 상황과 관련, 오히려 긍정적 해석도 많이 나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태권도가 그만큼 세계적인 스포츠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된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입니다. 다른 정통 올림픽 스포츠에 비해선 올림픽 역사가 길지 않죠. 한 종목이 올림픽 종목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된 종목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정 국가에서만 즐기는 스포츠는 세계적 스포츠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우리가 종주국이라고 태권도 메달을 싹쓸이한다면, 이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만큼 ‘그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스포츠’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자 양궁에서 우리가 메달을 싹쓸이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양궁은 애초에 우리가 종주국이 아니기 때문에 메달을 싹쓸이한다고 해도 ‘양궁은 저변이 좁고 다른 나라가 관심이 없어서 한국만 우승한다’는 해석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종주국 종목을 종주국이 싹쓸이하면 그들만의 잔치로 보일 공산이 큽니다.

다른 여러 국가들이 금메달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우리 태권도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연습해서 종주국을 능가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선수 개인 입장에서 봤을 땐 메달을 놓친 것이 아쉬울 순 있지만, 우리 태권도의 위상과 발전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라는 것이죠.

올림픽 채택 종목은 세계적 스포츠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것인데, 종주국이 메달을 싹쓸이 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우리가 ‘탁구’ 하면 중국을 떠올리지만, 탁구 종주국은 영국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펜싱 종주국은 프랑스이지만 우리 태극전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죠. 세계적 스포츠가 된 대부분의 종목이 그렇습니다. ‘종주국이 다른 나라들에게 메달을 내주고 있다. 큰일이고 망신이다’ 이런 식으로 해석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축제라는 올림픽에서 말입니다. 종주국으로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지나치게 비난하며 부정적 해석을 하는 행동은 너무 나간 행동이 아닐까 합니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 채택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우리로선 태권도 실력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 분명합니다. 또 대한민국 태권도 코치진들이 해외에서 열심히 활동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것 자체도 또 다른 국위선양이 될 수 있고요.

종목을 떠나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응원하고 격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동메달이라 아쉽다’는 이야기한 안타까운 사례도 전해지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는 모습입니다.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린 관계자가 아니라면, 그저 올림픽을 보고 즐기고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 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 출전해 물의를 일으키거나, 무성의하게 운동에 임하거나, 비매너적 모습을 보이는 경우라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저 성적이 마음에 안 든다고 비난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듯 합니다. 우리 일반 국민들은 메달을 따면 기뻐하고 못 따면 아쉬워하면 그만이지만 선수들은 평생을 공들인 본인 문제인만큼 누구보다 더 간절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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