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성립 안돼 시공사 재선정 입찰 진행하는 정비사업장 증가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부산 내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재입찰 준비중인 사업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산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경쟁입찰이 성립될 것을 기대했지만 한 곳만 단독으로 응찰함에 따라 재공고를 거듭하는 영향이다. 이는 건설사들이 지방에서 먼저 불어닥칠 미분양 리스크 우려에 일찌감치 출혈경쟁을 자제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 동구 좌천‧범일통합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이 지난 27일까지 네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한 결과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만이 참여했다. 해당 조합은 경쟁입찰 조건이 성립되지 않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다섯 번째 시공사 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부산 괴정6구역 재개발 사업장도 입찰 결과 롯데건설만 단독으로 응찰함에 따라 조합은 시공사 선정 일정을 재차 준비하는데 나섰다. 부산 구서3구역도 DL이앤씨만 단독으로 들어가 경쟁입찰에 실패하면서 조합은 내달 초까지 두 번째 선정 일정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경쟁 입찰 불성립으로 재입찰을 준비 중인 곳이 있는가 하면 입찰에 한 곳만 참여했어도 수의계약으로 일단 진도를 빼는 사업장도 있다. 부산 동래구 명륜2구역 재건축 조합에서는 삼성물산만 응찰하자 시공사로 선정했다. 금정구 서금사 재정비촉진5지구도 GS건설·포스코건설만 참여하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 후 내달 총회에서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부산 정비사업장에서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고 건설사들이 단독으로만 들어가는 까닭은 이전과 달리 몸사리는 분위기가 형성돼서다. 지금까지야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지방 시장에서도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감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좋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 하에 수주경쟁을 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9월만 해도 대연8구역을 둘러싸도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1군건설사끼리 비방전을 이어가며 출혈경쟁을 하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실제 이달 중순 대구에서는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서 대형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에서도 미분양이 나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구 다음으로 부산에서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부산과 대구는 올 상반기 분양시장에서 선방했지만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활동성이 줄었다”며 “두 지역은 몇 년간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정비사업장 시공권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이달 중순 진행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시공사 입찰에는 롯데건설과 DL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까지 약속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달 4일 입찰을 마감하는 서울 강동구 마천4구역의 현장설명회에는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산, 롯데건설 등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익성에 기반해 선별적 수주에 나서고 있다”라며 “대체적으로 건설업계 전반에 특정 시공사로 분위기가 굳어져 전세역전이 쉽지 않은법한 사업장은 일찌감치 발을 빼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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