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농심 라면 가격값 인상···삼양식품은 “검토 중”
주 원재료값 상승 압박 영향···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오뚜기에 이어 농심도 라면값에 인상에 합류했다. 서민음식이라는 이유로 가격 조정에 부담을 느꼈던 라면업계가 원자재 상승 가격 부담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업계 1, 2위인 농심과 오뚜기가 가격을 올리자 삼양식품도 가격 인상 검토에 돌입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업계 1위 농심은 다음 달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 농심이 라면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오뚜기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오뚜기는 8월1일부로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밝혔다.

라면 가격 인상은 예견됐었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올해 초부터 과자, 우유 등 가격이 상향됐기 때문이다. 라면은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대표 식품인 만큼 그동안 정부가 업체들에 가급적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조원가 상승 압박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는 게 라면업계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가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며 원가인상의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밀가루, 팜유 등 라면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제반 경영비용 상승으로 인한 원가압박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며 “라면이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격을 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오뚜기 관계자도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설비 자동화, 원료, 포장재 등 원가 절감, 유틸리티 비용 절감 등 제품 가격 인상 억제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해왔다”며 “그러나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라면 3사 가격 인상 시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라면 3사 가격 인상 시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실제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상승세다. 특히 가공식품의 주원료인 밀가루와 팜유의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다. 지난 28일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소맥 현물은 1부셀(2만7216㎏)당 698센트다. 이는 지난해 대비 31.6% 오른 규모다. 말레이시아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팜유도 1t 당 4470달러레 거래돼 지난해 대비 68.3% 늘었다.

라면업계 1, 2위가 가격을 인상하자 삼양식품도 조만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라면업계 가격 상승은 시장점유율 1위인 농심이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가 따라가는 패턴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주원재료값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면 원가 구조가 비슷해 농심, 오뚜기뿐 아니라 다른 식품업계도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 인상폭과 시기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민음식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라면업계는 그간 부진했던 실적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원재료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었던 터라 이번 결정은 곧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기관수 3곳 이상이 예상한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91% 감소한 199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뚜기는 471억원, 삼양식품은 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96%, 25.08%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뚜기 라면 가격 인상으로 주요 라면업체 가격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주요 라면 업체의 연간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번 라면 가격 인상으로 연간 실적이 기존 추정치 대비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유통 채널 재고 등을 감안하면 11월부터는 가격 인상이 실적에 반영돼 올해 4분기부터 내년 하반기까지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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