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사기·강박에 따른 혼인’ 취소 가능···“임신, 사회통념상 혼인 결정에 중대한 영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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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남의 아이를 임신하고 고지하지 않은 채 결혼했다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임신은 사회통념상 혼인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를 속인 것은 민법이 정한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된다는 판단이다.

부산가정법원은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청구 소송에서 혼인취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B씨는 A씨와 교제 중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고 아이를 임신했는데도 A씨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A씨는 B씨의 말을 믿고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출생한 아이는 두 사람 사이에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갖고 있었고, 2차례 유전자 검사 결과 A씨와 아이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혼인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혼전 임신은 상대방의 혼인에 관한 의사결정과 혼인 후 부부간 애정과 신뢰 형성에 관한 중요한 요소다”며 “아내 B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았고, 남편 A씨는 착오에 빠져 혼인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사회통념상 혼인여부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에 대한 기망행위다”며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의 취소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816조(혼인취소의 사유)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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