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추진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로 재원 마련···“양극화 해소·부동산 시장 안정 기대”
과세표준·원본 잠식 문제 등 해결 과제···野 주목 부의소득세는 소득 파악이 관건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재정으로 국민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이 복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국토보유세로 재원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부의소득세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이상 가구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사적 이전지출) 기준 5분위 배율은 16.20으로 1년 전(14.77배)보다 1.43배 포인트 악화됐다. 5분위의 시장소득이 1분위보다 16배 이상 많다는 의미다. 이는 2019년 조사 방법을 바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는 가운데 재정을 통한 소득 지원 방안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본소득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아무 조건 없이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지급하는 복지 방안으로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 지사가 공약으로 꺼내들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금전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법안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 설치하는 법안을,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도입연구위원회를 설립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해 놓고 있다.
기본소득은 재원 문제를 푸는 게 성패의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본소득론자들은 대표적인 방안으로 국토보유세를 거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토지가격은 2014년 6210조원에서 2019년 8767조원으로 41.2% 증가했다. 또 2019년 토지 자산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배율은 4.6배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토지 자산 가격 상승으로 토지소유 유무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고안된 세금제도가 국토보유세이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조세를 부과한 뒤 이 조세 세입을 기본소득이라는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가진다. 토지와 건물에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와 비교된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고 특히 2030세대는 절망하고 있는데 국토보유세를 도입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표할 때 빼고는 실감하기 어려운데 사회적 배당금을 정기적으로 받게 되면 내가 우리나라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의식이 확실하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대로 설계된다면 미실현 상태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국토보유세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법안에서는 개별공시지가를 과세 표준으로 잡고 있는데 이 부분이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보유세는 기본적으로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철학을 받아들여 추진됐다. 토지의 기본적 소유권을 인정해주되 보유 토지의 가치가 늘어나는 부분을 환수하겠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국토보유세 과세표준을 해당연도 개별공시지가로 하면 토지를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가치상승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세금이 부과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급등지역에 비해 사실상 매년 가격상승이 거의 없는 농지, 임야 등도 같은 세율로 국토보유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또 과거 토지초과이득세가 위헌 판결을 받을 때 제기됐던 원본 잠식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보유세는 건물분을 제외한 토지에만 과세하고 도시나 농촌, 논밭이나 임야 등 토지의 성격에 따라 차등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단일세율로 평등하게 과세한다. 시골지역, 특히 임야의 경우 땅값이 전혀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땅을 계속 보유하려면 빚을 내서 라도 세금을 내야 하기에 원본 잠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는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토지만을 과세하더라도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과 토지세는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부의소득세를 대안으로 꺼내들 모양새다. 부의소득세론자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입법 논의 수준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부의소득세는 정부가 최저소득보장 수준을 설정하고 기준 이상을 번 사람에겐 소득이 많을수록 과세하고 저소득자에겐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은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전 국민에게 지급과는 기본소득과는 달리 어려운 사람에게 선별적으로 집중 지원하자는 성격이다.
부의소득세는 기존 현금복지를 없애거나 축소하고 소득세 기본공제 등을 폐지해 재정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설계다. 관건은 소득 파악이다.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적절한 지급으로 재원 낭비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부의소득세 내용 자체는 괜찮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부의소득세 취지와 유사한 근로장려세제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를 만들려면 행정 비용이 들게 된다. 부의소득세가 특별한 메리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현재 시행하는 제도를 더욱 발전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언급, 기본적인 방향은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