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0.04%p상승 예상에도 불구하고 소폭 오르거나 하락
유동성 규제 강화로 조달비용 상승 우려···코로나 재확산도 변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시중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율(NIM)이 2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하반기도 금융당국의 유동성 규제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변수로 인해 NIM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2분기 NIM(분기기준)은 1.56%로 직전 분기와 같았다. NH농협은행의 NIM은 같은 기간 0.02%포인트 하락한 1.44%를 기록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하나은행을 빼놓고는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신한은행(1.40%), 우리은행(1.44%)는 각각 0.01%포인트, 0.0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0.05%포인트 급등한 1.41%를 기록했다.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당초 시중은행들의 NIM은 0.04%포인트 넘게 대폭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면서 단기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고채 1년 물 금리는 5월 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6월 말에는 0.965%까지 올랐다.
지난 1분기 시중은행의 NIM은 대출평균금리(운용수익률, 잔액기준)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반등한 바 있다. 예금평균금리(조달금리, 잔액기준)가 대출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저금리로 시장에 자금이 대규모로 풀리자 금리가 0%에 가까운 저원가성 예금을 크게 늘렸고, 그 결과 조달금리가 크게 내려갔다. 이에 은행이 저원가성 예금을 계속 늘리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NIM의 상승폭은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결과적으로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크게 늘린 중소기업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1년 미만의 양도성예금증서(91일)와 은행채 금리가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단기금리는 6월 말 돼서야 상승했다. 이에 NIM이 상승한 은행 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출금리 상승이 아닌 조달금리 하락의 덕을 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르지 않았다”라며 “은행별로 대출자산의 리프라이싱(금리조정) 기간이 달라 일부 은행의 대출평균금리는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에 NIM 개선 폭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인상할 것이 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계속 연내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8월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자산가격 거품 경고 발언도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싣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1년 이하 단기금리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NIM 상승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의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오는 10월부터 다시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LCR은 심각한 위기로 은행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닥칠 때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고유동자산)이 얼만큼 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9월 말까지 시중은행의 통합 LCR 규제 하한선을 100%에서 85%로 낮췄다. 은행권이 코로나 충격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에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의 LCR은 100% 아래로 내려가 있다.
LCR 규제가 강화되면 시중은행은 조달비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예금과 은행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최대한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면 예금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를 확률도 있다. 조달비용의 증가는 NIM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재확산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자 수는 23일 연속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수도권은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3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심각해진다면 당국의 유동성 규제 강화는 추가로 유예될 수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지면 NIM 상승도 그만큼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금리 하락으로 인한 NIM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회 자리에서 “하반기 전망은 LCR, 예대율 규제 완화로 조달 규모 증가등으로 은행의 NIM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우량자산에 대한 영업을 확대하고 대출 포트폴리오 개선의 노력을 통해서 NIM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