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분기배당 조건으로 '코로나 완화'·'자본비율 12% 유지' 제시
당국 "코로나 재확산 고려해야"···나머지 조건도 깐깐하게 볼 가능성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금융권 최초로 분기배당을 하려고 하자 금융당국이 막아섰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공시를 통해 제시한 분기배당 시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이 시장에 약속한 조건은 코로나 사태 완화와 보통주자본비율 12%대 유지다. 당국이 엄격한 태도로 나오자 금융권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더라도 실제로 분기배당을 시행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에 코로나19 재확산을 고려해 분기 배당을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신한금융이 지난해 유상증자를 시행할 당시 공시했던 자본정책을 지켜야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은 공시를 통해 코로나19가 완화되고 보통주자본비율이 12%를 초과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경우 분·반기 배당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자 올해 분기배당은 어렵게 됐다. 신한금융은 올 초부터 분기배당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꾸준히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정관을 개정해 매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는 금융권 최초로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우선 6월 말 기준으로 배당을 하고 이후 분기에 대한 배당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신한금융은 6월 말 기준 배당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당국의 ‘배당제한령’ 종료 후 일제히 반기배당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다만 3분기 배당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코로나 재확산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사실상 반기배당으로 그치게 됐다.  

당국이 공시 내용 준수를 엄격하게 요구하자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분기배당이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신한금융이 정한 ‘보통주자본비율 12%를 초과해 안정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기 때문이다. 보통주자본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한 지표로, 금융지주의 손실흡수력을 측정한다. 배당을 하면 자본이 줄어 보통주자본비율도 하락한다. 금융지주는 이 지표의 하락폭을 최소화하면서 배당을 결정한다. 

자료=신한금융지주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자료=신한금융지주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신한금융은 애초에 깐깐한 당국의 관리·감독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비율 관리 목표를 보수적으로 정했다. 신한금융이 제시한 보통주자본비율 12%는 지표 측정의 새로운 기준(바젤Ⅲ 신용리스크 개편안)을 반영하기 전 기준이다. 금융지주는 지난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지표가 일제히 올랐다. 신한금융도 새 기준 아래서는 13%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최초로 분기배당을 하는 만큼 관리 수준을 더 조였다. 기존 기준으로 보통주자본비율을 꾸준히 공시하고 있는 곳은 신한이 유일하다. 

신한금융은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보통주자본비율 12%를 넘겼을 정도로 지표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2018년 말까지는 12.55%를 기록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계기로 지표가 하락하면서 2019년 말 11.12%까지 하락했다.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와 적극적인 자본비율 관리를 한 결과 올해 2분기 12.16%로 올라섰다. 하반기에 호실적으로 지표가 오르면 분기배당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당국의 제재로 무산된 셈이다.  

최근 당국의 태도를 고려해보면 보통주자본비율이 12%대로 상당 기간 유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에 목표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년까지도 신한금융은 실적은 계속 늘었지만 보통주자본비율은 등락을 거듭했다. 이와 함께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하면 지표는 다시 하락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빠져있는 손해보험사 인수 등 M&A를 주요 성장전략으로 꼽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보통주자본비율 12%를 유지한 상태에서 분기배당을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라며 “보통주자본비율도 최근 신한금융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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