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2분기 화장품 1위 타이틀 LG생건에 뺏겨
화장품·중국 시장 의존도 높아···포트폴리오 강화 필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왼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오른쪽). / 그래픽=시사저널e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맞수 LG생활건강에 화장품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양사는 화장품 코로나19 시대에도 상승 모멘텀을 이어갔지만 온라인 전략과 중국 시장에서 성패가 갈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매출 1조3034억원, 영업이익 1046억원을 올렸다고 28일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188.5% 증가한 수치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LG생활건강은 2분기 매출 2조214억원, 영업이익 3358억원으로 2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아모레퍼시픽, 2분기에도 LG생활건강에 뷰티 1위 뺏겨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주력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을 중심으로 성과를 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올해 초부터 강조한 ‘강한 브랜드 육성, 디지털 대전환’ 목표에 따른 온라인 사업 성장이 실적을 이끌었다.

2분기 매출은 증권가 예상치인 1조2092억원을 상회했지만 영업이익(1293억원)은 20%가량 못 미쳤다.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축제 618에서 예상대비 저조한 성과를 낸 탓이다. 실제 아모레 2분기 해외 매출은 4452억원으로 2019년 2분기(5121억원) 수준에도 못 미쳤다.

아모레는 이 기간 뷰티 부문에서도 LG생활건강에 1위 타이틀을 내줬다. 2분기만 보면 아모레 뷰티 부문 매출은 1조2206억원으로 LG생활건강 1조4203억원과 비교해 1997억원이나 차이를 보였다. 상반기 매출만 놓고 보면 아모레가 2조4980억원으로 LG생활건강 2조2744억원에 앞섰지만 2분기 실적 저조로 아모레는 뷰티 부문 연간 매출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2분기 및 뷰티 부문 실적 비교. /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실적 비교. /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아모레의 국내외 로드숍 부진은 뼈아픈 대목이다. 설화수와 라네즈 등 프리미엄 라인은 해외에서 주요 플랫폼과 협업, 디지털 마케팅 강화로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로드숍 브랜드는 고전했다.

특히 이니스프리는 중국 현지 저가 업체들과 경쟁하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 효자 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막강한 입지를 자랑했으나 2017년부터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이니스프리 2017년 매출은 6420억원, 2018년 5989억원, 2019년 5519억원, 2020년 3486억원이다. 2년 전부터 진행한 구조조정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니스프리 중국 매장은 올해 3월 기준 450개로 지난 2019년 600개 대비 150개가량 줄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수요는 크지만 아모레 로드숍 화장품은 해외에서 현지 브랜드와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라 매출 부진이 우려된다”며 “이니스프리 브랜드에 대한 구조조정 속도는 하반기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도 불안한 아모레, 온라인에서 돌파구 찾나

관건은 하반기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온라인 채널’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모레는 하반기에도 온라인 전략을 이어가며 강한 브랜드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LG생활건강은 외형 확대를 위해 글로벌 사업 확장, 디지털 강화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그러나 아모레는 하반기 또 LG생활건강에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외에도 생활용품, 음료 등 사업군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모레는 화장품에만 의존하고 있다. 화장품은 양사 모두 중국 시장을 주축으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아모레는 특색있는 사업이 없어 포트폴리오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모레가 대내외 악재에 유독 약한 이유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의 고유 가치와 시대정신을 반영, 국내외 이커머스와 협업해 온라인 채널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 작업을 지속해 신성장동력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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