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mRNA 플랫폼 컨소시엄, 한미·에스티팜·녹십자 주축···연내 임상 1상 개시 추진
큐라티스, 임상 1상 착수···아이진, 임상1/2a상 승인 여부 곧 확정 예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코로나19 예방백신의 핵심인 mRNA 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국내 업체들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는 개발 초기지만 향후 신속한 임상시험 진행이 예상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의 전 세계적 추세는 mRNA 백신이 주도한다. mRNA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 직접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쳐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이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mRNA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안전하다.
또 백신을 만들 때 바이러스 항원 배양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만들기가 쉽고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mRNA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는 현재로선 소수로 파악돼 전반적 개발 움직임은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우선 한미약품과 에스티팜, GC녹십자 등 3개 제약사가 주축이 되고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지원하는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이 지난달 하순 결성됐다. 이번 컨소시엄 구성은 원료와 백신 제조, 신약개발 등 각 분야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 한 팀을 이뤄 mRNA 코로나19 백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춰 백신 자급화와 글로벌 수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K-mRNA 컨소시엄은 백신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반기술과 LNP(지질나노입자) 생산 등 원천기술과 원료, 대량 생산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3개사 역량을 모아 2년 내 자체적 백신 개발 및 생산을 현실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mRNA 백신 개발을 포함, 원료부터 완제생산까지 전주기적 자력 개발에 나서는 한편 c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생산시설 확충으로 글로벌 수준 생산 역량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스티팜은 최종 후보물질 선정과 임상시험, 허가 업무 등을 맡았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최종 후보물질을 STP2104로 확정했으며, 전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연내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고 내년 상반기 조건부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관계사인 한미정밀화학을 통해 mRNA 백신의 핵심 원료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GC녹십자는 백신 완제생산과 물류시스템을 맡을 예정으로 파악된다.
큐라티스는 지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QTP104’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아 본격 임상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 mRNA 코로나백신으로는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편이다. QTP104는 큐라티스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mRNA 코로나19 백신이다.
이번 1상 임상시험은 국내 건강한 성인 대상자 36례를 포함한다. 2차 백신 접종 뒤 추적 조사해 △백신 안전성과 △반응 원성 △면역 원성을 평가한다. 참여 기관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시험책임자 염준섭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시험책임자 송영구 교수)다. 해당 기관들은 임상시험을 본격 시행하면서 얻는 중간 분석을 통해 백신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평가한 뒤 식약처에 빠르게 보고하는 것이 목표다.
큐라티스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QTP104는 SARS-CoV-2의 Spike(S) 단백질을 코딩하는 self-replicating mRNA(repRNA)인 차세대 mRNA 백신이다. 특히 자가 증폭 mRNA 백신이라는 점에서 기존 mRNA 백신과 차이가 있다. QTP104는 기존 mRNA 백신과 마찬가지로 항원 유전 물질을 주입, 인체가 항원 단백질을 생산하고 이에 따른 항체 형성을 유도하지만, repRNA에 자가 증폭에 관여하는 복제 유전자가 삽입돼 항원 단백질을 기존 mRNA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이에 기존 mRNA 백신처럼 여러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더 적은 양으로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PEG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PEG 관련 알레르기 부작용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큐라티스는 이미 쥐, 토끼, 원숭이 등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비임상시험을 마쳤다. 특히 원숭이 모델의 공격 시험에서 높은 용량군에서도 안전성을 입증했다. 백신 1회 투여 만으로 50%가 넘는 방어 효과를 보여줬다. 또 백신 2회 투여 시 백신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면역 원성 분석에서 1회 투여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확인했다.
아이진도 자체 개발한 mRNA 백신 ‘EG-COVID’의 임상 1상과 2a상 시험계획서를 지난달 하순 식약처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통상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 여부 결정에 30일 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결론이 도출될 전망이다.
아이진은 EG-COVID가 양이온성 리포좀을 전달체로 사용하기에 지질나노입자(LNP) 전달체 사용 시 포함되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나필락시스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전신 알레르기 증상을 지칭한다. 또한 양이온성 리포좀을 활용해 개발한 EG-COVID는 2~8도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이하 보관이 필요하다. 아이진은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게 되면 임상 1상에 바로 착수해 2~3개월간 투약과 기초관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 mRNA 백신 개발은 이제부터라고 표현할 만큼 초기단계로 볼 수 있다”며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고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