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자료 허위제출죄 인식·의사 있어야···‘실수에 의한 누락’ 처벌 못 해
카카오 김범수 대법원서 무죄 확정, 네이버 이해진 ‘무혐의’ 기소도 안 돼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 사진=연합뉴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의혹을 받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박 회장이 고의로 이러한 누락을 했다고 충분히 입증됐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박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고진원)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박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2017~2018년 기간 동안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5개사(연암·송정·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퍼니)와 이 회사에 임원으로 등재된 친족 7명을 빠뜨렸다며 지난 6월 공정위가 고발한 사건이다. 공정위는 또 박 회장이 2017~2020년 기간 동안 평암농산법인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제14조 4항에 따라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 친족, 임원, 계열회사의 주주, 비영리법인 현황과 감사보고서 등을 지정자료로 제출받고 있다.

지정자료 허위제출죄는 허위로 지정자료를 제출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성립된다. 이는 형사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다. 지정자료 일부가 제출되지 않았더라도 업무상 실수에 의한 단순 누락이라면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 앞으로 검찰 수사가 박 회장의 고의성 입증에 집중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총수 관여·누락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 등으로 고의성 판단

통상 수사와 재판에서는 ▲그룹총수가 자료제출 과정에 관여했는지 ▲평소 자료제출을 누락했는지 ▲허위로 제출된 자료로 그룹이나 총수 개인이 이익을 얻었는지 ▲오히려 허위제출이 문제 될 경우 회사가 입을 손실이 매우 커서 위험을 감수할 동기가 없는지 ▲자료누락을 먼저 인지해 공정위에 적극적으로 통지했는지 등으로 나뉘어 ‘고의’ 여부를 다툰다.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은 대표 사례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꼽힌다. 김 의장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자료를 제출하면서 계열사 ▲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친구 ▲모두다 ▲디엠티씨 5곳의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담당자의 실수였다는 변론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1·2심은 “허위제출 가능성 인식을 넘어 제출 자체를 인식하거나 이를 용인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으며,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계열사 20개 보고를 누락한 혐의로 공정가 이해진(53)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고발한 사건을 무혐의(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역시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이 GIO와 실무 담당자들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공정위 “법 위반 충분히 인식” vs 하이트진로 “총수 이익 없고, 직원 실수”

공정위는 박 회장이 연암·송정이 계열회사로 편입되지 않은 사실을 보고 받았는데도 지정자료에서 누락을 결정했다고 본다. 또 대우화학 등 3개사는 기업집단 내 친족회사로 인지돼 왔고 거래 비중이 상당했는데도 누락했다며, 평암농산법인 역시 박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계열회사가 미편입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은폐를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정위는 박 회장이 2003년부터 수차례 자료제출 경험이 있고, 허위제출행위로 ‘경고’까지 받았는데도 시정을 하지 않았다며 “지정자료 허위제출이라는 법 위반행위에 대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고 그 중대성 또한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고의적 은닉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계열사들과 거래하면서 회장님이 얻은 경제적 이익이 없고, 이 계열사들을 회장님이 차명으로 소유하거나 지분을 가진 사실도 없다”며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실수로 누락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계열사가 누락된 사실을 알고 자진신고까지 했다”며 “과거의 문제는 정정공시까지 했는데 회장님에게 누락의 고의가 있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라 구체적 쟁점이 파악되지는 않았다”며 “검찰의 질문에 따라 입증자료를 제시해 소명할 계획이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