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51.15% 반대하며 부결···여름 휴가 이후 재교섭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GM 노동조합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5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협 타결 불발로 하반기 실적 개선도 어려울 전망이다.
27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조합원 6727명을 대상으로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가 넘는 3441명(51.15%)이 반대하며 최종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GM 노사는 임금협상을 원점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여름 휴가 전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노사는 재협상을 통해 다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노조원 대상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노사는 14차 교섭 끝에 기본급 3만원 인상, 일시 및 격려금 4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일시·격려금의 경우 합의안 타결 즉시 250만원을 지급하고 올해 12월 31일자로 나머지 2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다.
구조조정 우려가 제기된 인천 부평2공장의 경우 최대한 생산물량을 확보하는데 노사가 힘을 모으기로 했다. 부평2공장 생산일정을 최대한 연장하고 창원공장의 스파크 생산 연장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안에 담긴 내용이 기존에 노조가 요구한 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및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의 일시금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내부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및 성과급 등 1800만원 상당의 인상안에 합의한 내용과 비교해 격차가 크다는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부평1·2공장과 창원공장 미래 생산 계획에 대해 사측이 명확한 생산 일정을 제시하지 못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부평2공장에 내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 차량 및 전기차를 투입할 것을 약속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선 현대차그룹과 한국GM의 상황이 다른데 노조가 같은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2분기 1조8860억원, 1조48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반면 한국GM은 누적 적자만 5조원에 달하는 데다 올해 상반기에도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15만4783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6.8% 감소했다.
상반기 한국GM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8만대 가량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하반기 생산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노사간 재협상 과정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 생산 차질이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중 가장 먼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를 겪으며 지난 2월부터 부평 2공장 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췄고, 지난 4월에는 일주일간 부평1공장과 부평2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 창원공장과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한편 한국GM 노사는 여름 휴가가 끝나는 대로 재협상 일정을 잡아 다시 교섭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