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회사끼리 경쟁은 옛말, 사업 확장 따라 전장 넓어져
미래산업 뛰어들며 LG, 한화 등 타업계 대기업들과의 경쟁 예상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존 완성차 시장을 넘어 다양한 미래산업 분야로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종(異種)업계와의 경쟁이 불가피한데, 관련 인재확보와 적극적 합종연횡 여부에 승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회장 체제 구축 후 현대차는 여러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 완성차 업체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체제로 전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쉽게 말해 차세대 이동과 관련한 모든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부문으로의 도전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두 분야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로봇과 에어택시다. 현대차는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 인수를 완료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및 2족 보행 로봇을 개발해 주목 받았다. 창고 및 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인수로 현대차의 로봇사업은 더욱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에어택시’와 관련해선 미국에서 오는 2025년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사장이 지난달 로이터 주최 미래차 컨퍼런스 화상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우버와 함께 상용화를 시작하겠다는 당초 계획보다 3년을 앞당긴 것이다. 현대차가 해당 사업에 얼마나 욕심을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영역을 넓혀가다 보니 그간 맞붙을 일이 없었던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구광모 LG회장 역시 로봇 분야에 관심이 많다. 취임 이후 로봇 관련 업체들을 인수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적자였던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 덕에 투자할 수 있는 더욱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생겼다. 차세대 통합배송로봇을 공개해 주목 받은 바 있다. 본격적으로 로봇사업 상용화에 나서게 될 경우 현대차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택시 분야에선 한화시스템과의 초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시스템은 항공 관련 기술특허들을 다량 확보하고 있고 무인기 제조 노하우도 지니고 있다. 기업 규모 자체로만 보면 현대차가 크지만, 적어도 에어택시 부문에서만큼은 재계 순위가 무색해질 수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미래 핵심산업 중 하나로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두 대기업의 승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항공 부문 노하우를 지닌 대한항공까지 뛰어들어 에어택시 사업은 더욱 혼전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완성차 부문에선 세계 5대 회사에 꼽히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다른 부문에 있어선 도전자인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의선 회장이 새로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두 가지가 수월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우선 합종연횡을 통한 경쟁력 확보다. 실제로 대기업별로 기술을 가진 회사들을 사들이는 경쟁이 한창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적 기업들이 모빌리티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의 경쟁사는 더 이상 완성차가 아닌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라고 봐야 한다”며 “새로운 분야에선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없고 처음부터 경쟁력 확보하는 데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양한 업체와의 합종연횡, 관련업체 인수합병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이 인력 확보다. 새로운 산업분야인 만큼 관련 분야 핵심 인재들이 필요하다. 이미 현대차가 배터리 부문 등에서 경력 인재들을 확보해 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택시 산업 부문의 승부는 항공 엔지니어, 항공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관련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