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말 상장한 장내 미생물 연구기업···CJ제일제당이 983억원 들여 지분 44% 확보
IPO흥행 실패로 재무상황 악화···CJ제일제당,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내재화 가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천랩을 전격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천랩 주가가 요동쳤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했지만 올해 최은석 대표의 취임 이후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 사업을 위해 독립조직(CIC)을 설립하고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CJ제일제당은 합병 등을 통해 천랩의 미생물 기술력을 내재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천랩 주가는 이번주 5만5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지난주 4만400원 대비 36.1% 상승했다.
천랩 주가는 이번 주들어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특히 22일에는 가격제한폭(29.96%)인 1만4800원까지 급등한 6만42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23일에는 14.33% 급락하면서 그동안의 상승분을 다소 반납했다.
천랩이 22일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전날인 21일 장마감 이후 최대주주가 천종식 대표에서 CJ제일제당으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총 인수금액은 983억원으로 CJ제일제당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44%까지 늘릴 예정이다.
천랩은 천 대표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시절인 2009년 설립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연구기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유전자를 의미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현재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천랩의 경우 자체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하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항암제와 염증성 장질환, 간질환 치료제 신약 등을 개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천랩 인수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은 천랩 인수를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사업에서 천랩의 기술과 역량을 접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최은석 대표가 부임한 이후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사업을 회사 내 독립조직으로 만들었고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
천랩 역시 악화되는 재무상태로 새로운 자금원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천랩은 한국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2019년말 상장에 나섰는데 당시 희망공모가범위로 6만3000~7만800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최종공모가가 4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공모규모도 최대 335억원에서 172억원으로 급감했다.
천랩은 예상보다 적은 공모금액이 들어오자 이후 전환사채(CB) 발행과 대출을 통해 연구개발비 및 시설투자 비용을 마련했고 결과적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2019년말 천랩의 재무상태는 자본 309억원, 부채 29억원이었지만 2020년말에는 자본 345억원, 부채 389억원으로 바뀌었다.
향후 CJ제일제당이 천랩을 소규모합병할 가능성도 있다. 상법상 존속회사가 피합병회사 주주들에게 교환해줄 주식 수가 전체 발행주식 수의 10% 이하면 주주총회 및 주식매수청구권을 생략하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하는 소규모합병을 진행할 수 있다. 피합병회사 주주들에게는 합병회사 주식이 지급된다.
한편 이번주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시가총액순위 1위를 지킨 가운데 지난주 시가총액순위 2위에 오른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급등세가 지속됐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신작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흥행에 힘입어 이번주 10만원선을 돌파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딘이 2~3년 이상 장기흥행 가도에 진입할 것”이라며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기업가치)도 충분히 거래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다수 신규게임 출시도 준비하고 있어 향후 실적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코프로비엠과 셀트리온제약, 펄어비스는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3, 4, 5위를 수성했다. SK머티리얼즈 주가는 지난주 36만4000원에서 이번주 43만94000원으로 급등하면서 씨젠을 제치고 시가총액순위 6위에 올랐다. 20일 SK머티리얼즈가 미국 배터리 음극소재 기업인 '그룹14 테크놀로지'와 합작해 'SK머티리얼즈 그룹14'를 설립하고 배터리 핵심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힌 것이 주가 급등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