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실적 전년比 117.8% 성장···그룹 수수료 이익 증대 견인
오프라인 비용절감·건전성 개선에 따른 충당금 감소···“제휴사업 등 확대 예정”

자료=하나금융그룹/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하나금융그룹/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지난 2019년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으며 그룹 내 입지가 흔들렸던 하나카드가 다시금 하나금융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비이자이익 개선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했던 하나카드는 올해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그룹의 수수료 이익 증대를 이끌고 있으며 그룹 내 실적 순위도 하나캐피탈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의 효과가 비용절감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뛰어난 건전성 관리 역량으로 인해 충당금 비용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동안 하나카드는 지속성장을 위해 제휴사업을 보다 확대하고 자체 플랫폼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예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반기 경영실적이 공개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모두 지난해 대비 50% 이상의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위축됐던 소비가 올해 보복 소비로 나타나며 카드 수수료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하나카드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지난해 상반기 대비 실적이 54.3%, 51.3%씩 증가했으나 하나카드는 두 배 이상인 117.8%의 증가율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4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53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5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최하위라는 오명을 얻었던 2019년의 상반기 실적(337억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났다. 실질적인 경쟁사로 평가받는 우리카드(1210억원)와의 격차도 상반기 동안에만 212억원으로 벌렸다.

타 경쟁사를 크게 상회하는 하나카드의 실적 개선 흐름은 하나카드가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을 통한 손익체질 개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카드는 지난 2019년 2983억원에 달했던 판매관리비를 지난해 2269억원으로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다. 임직원 수는 769명에서 763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국내 영업점포를 기존 15개에서 8개로 절반 가량 줄였다. 상반기 기준으로 비교해도 하나카드의 판매관리비는 2019년 1444억원에서 지난해 1047억원, 올해 985억원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뛰어난 건전성 관리로 대손충당금 비용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1143억원에 달했던 하나카드의 충당금 전입액은 올해 상반기 964억원으로 15.6% 감소했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1.65%에서 0.99%로 0.66%포인트 개선됐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ROA(총자산순이익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2분기 1.6%였던 ROA는 3.34%로 1.74%포인트 상승했으며 ROE도 7.94%에서 15.5%로 7.56%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은행업무대행 수수료가 개선되고 도급 업무 등이 효율화됐다”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각종 수수료 비용이 절감됐고 오프라인 고비용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비용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반기 법인카드 매출이 증대한 것도 실적 개선의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나카드는 앞으로 하반기 동안 지속성장을 위해 제휴사업을 확대하고 자체 플랫폼인 원큐(1Q)페이의 경쟁력 강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대출 자산의 경우 코로나19 리스크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글로벌 전략으로 해외사업 거점도 확대할 방침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하반기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지난해 대비 수익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나카드가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경우 하나금융그룹 내 입지도 현재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올해 상반기만해도 하나카드의 실적 개선이 곧장 하나금융의 수수료 이익 증대로 이어진 바 있다. 지난 상반기 하나금융의 수수료이익은 1조2613억원으로 지난해(1조809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지난 2019년 상반기와 지난해 상반기에는 하나금융의 수수료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4.7%, 0.1% 감소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IB관련 수수료와 신용카드 수수료를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수수료 이익이 증가 됐다”며 “상반기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수료 이익을 시현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하나카드는 올해 상반기 4159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거두며 그룹 내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3455억원) 대비 20.3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3890억원에서 3777억원으로 2.9%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하나카드는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 하나캐피탈(1255억원)을 제치고 그룹 내 3위 계열사에 오르기도 했다. 하나카드는 지난 2017년 1064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하나캐피탈(904억원)을 앞지른 이후 줄곧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캐피탈에 이은 4위 자리에 머물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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