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27일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내부서 온라인 투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투표 강행은 또 다른 코로나 유행 불러올 것”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원 5만여명이 일시에 투표를 하기로 해 집단감염이 우려된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7일 오전 6시부터 11시 30분까지 각 사업부 식당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날 투표장소 출입시 발열체크를 실시하고 마스크 착용과 2m이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방역지침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나, 짧은 시간 내 대규모 인원이 투표장소에 모이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500명대를 웃돌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코로나 확진자가 1630명을 기록하며 17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정부는 수도권내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에 따라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비수도권 방역 조치도 강화할 방침이다. 비수도권 방역 강화 대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일괄 격상, 오후 6시 이후 3인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현대차 내부에서도 이번 오프라인 투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에 한 현대차 직원은 “현대차 노조가 투표를 할 경우 한 공간에 최소 수천~수만명이 모이게 되며,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치명적이다”면서 “델타변이가 유행하는 지금 투표 강행조치는 또 다른 코로나 유행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경고의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투표를 통해 방역을 지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를 검토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KB손해보험이나 전국담배인삼 노조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임단협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현대차가 투표 방식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온라인 투표를 위한 추가 비용 문제 뿐 아니라, 고령의 노조원들이 온라인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평균연령은 48세다. 연령대 뿐 아니라, 성향도 어느 조직보다 보수적인 집단인데 온라인 투표로 바꾸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업계에선 올 여름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 기업들의 임단협 교섭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현대차 노조가 앞장서서 온라인투표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에 이어 한국GM 노사도 올해 임단협 관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조만간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아는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며, 오는 28일 쟁의행의 찬반투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