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계열사 잔여지분 인수 재원 증가
BIS비율↑, 내부등급법 전환···증권, 보험 등 M&A도 속도내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판 삼아 계열사 잔여지분 인수해 '고속성장'을 실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주요 비은행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 연간 최대 1000억원의 순익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적 확장을 이루는데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연결·지배지분 기준)은 1조41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늘었다. 지주 설립 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작년 전체 순익(1조3073억원)도 넘어섰다.
우리금융은 순익이 더 증가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아직 지분 100%를 확보하지 않은 계열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은 주요 계열사 가운데 우리금융캐피탈(90.5%), 우리종합금융(58.7%), 우리자산신탁(51.0%)를 아직 완전자회사로 편입하지 못했다.
이에 우리금융이 올 상반기 세 자회사의 당기순익 가운데 그룹 전체 실적으로 포함시키지 못한 규모는 약 450억 가량 된다. 한 해 전체 실적으로 따지면 1000억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연결 회계 원칙 상 모기업인 금융지주는 자회사의 당기순익 중 소유 지분 비율 만큼만 그룹 실적으로 잡을 수 있다. 다음달 우리금융은 캐피탈 부문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인 만큼 잔여지분 인수 효과는 하반기에 바로 나타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호실적으로 계열사 잔여 지분을 추가 인수를 위한 여력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적이 증가하면서 현금 자산도 늘면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사정도 더 나아진다. 우리금융은 신주를 발행해 주식교환을 통한 지분 인수는 최대한 피해야할 상황이다. 주식 수가 증가하면 주가하락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완전 민영화를 위해 주가 부양에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그룹의 목표다"라며 "다만 재무건전성 지표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외형적 성장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우리금융은 현재 증권사, 보험사 등 핵심 비은행 금융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있어 ‘1순위’ 목표로 꼽고 있다.
상반기 호실적으로 M&A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은 개선됐다. 올해 6월 말 기준 13.8%로 직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3개 분기 만에 상승 전환이다. 금융지주는 타 금융사를 인수합병하면 BIS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자본여력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M&A를 진행해야 한다.
BIS비율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단기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도 상승한다. 금융지주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상승폭도 커진다.
특히 우리금융의 대출자산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게 돼 있어 금리상승 국면에서 이자이익은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자산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이익이 증가한다면 이는 BIS비율 개선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와 함께 내부등급법 완전 전환도 외형적 확장에 있어 호재다. 우리금융은 현재 BIS비율을 산출하는데 있어 일부 자산에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내부등급법으로 바꾸면 지표가 대폭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우리금융은 당국의 내부등급법 전환 승인이 올해 3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전무(CFO)는 올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 “내부등급법 전환 승인 시 BIS비율이 1%포인트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M&A는 증권부분 인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자본비율 영향이 적게 미치는 범위 내에서 다른 부문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