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시 부동산 시장 영향 관심···“하방 압력 있지만 대폭 인상 어려워 한계”
“집값 고점·서울 집값 20~30% 거품”···“다주택자보단 무주택 투기세력 잡아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집값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주택 가격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자산 버블이 깨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무주택 투기세력과 갭투자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정부 경고에도 단기간에 집값이 안정을 찾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은 버블 논란에도 과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4433만원으로, 1년 전 같은달(3562만원) 대비 24.4% 올랐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정부의 경제 수뇌부들은 현재 집값이 고점에 근접했으며 향후 큰 폭의 부동산 시장 하락이 있을 것이란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내에서 연구기관과 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가격 조정 시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향후 부동산 분야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지적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근 집값이 고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거론되는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집값에 하방압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폭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봤다.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부동산 사이클 봤을 때 집값 고점···서울 집값 20~30% 거품”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집값이 고점 상태이고 변곡점이 임박하거나 지나고 있다고 봤다. 고 원장은 “부동산 가격이 2008년부터 떨어지다가 서울은 2013년, 수도권은 2014년부터 상승했다. 서울은 8년 수도권은 7년째 오르고 있다”며 “1986년 이후 부동산 경기 변동 사이클을 보면 오를 때는 5~7년, 내릴 때는 4~6년 정도 주기가 있었다.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건 아니지만 패턴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근거가 지금은 고점이라고 가리킨다는 설명이다.
고 원장은 “부동산 버블을 측정하는 지표를 보면 현재 주택 가격은 실물경기, 물가상승률, 금리, 유동성 등을 비쳐봤을 때 과도하게 상승했다”며 “강남은 30%, 서울 전체적으로는 20~30%, 전국적으로도 10~20% 정도 버블이 쌓여있다고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버블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빠지며 거품이 많이 낄수록 하락폭도 크다는 주장이다.
고 원장은 “집갑이 오른 이유로 공급부족과 정책실패, 저금리, 유동성, ‘패닉바잉’으로 불리는 심리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이것들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지만 최근 부동산을 바라보는 심리가 다소 바뀌고 있다”고 했다. 3기 신도시 등 정책 기조가 공급확대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집값이 너무 올라버린 지금 시점에 사는 것보다 매수를 좀 연기하고 기다리는 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상승 기대감이 꺾인 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공급부족으로 2025년 이후나 하락 가능성···금리 인상 영향도 미미”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급 부족으로 단시일 내 집값 하락 가능성을 낮게 봤다. 권 교수는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분양 물량과 전월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입주 물량 모두 당분간 거의 없다”며 “다만 정부가 계획한대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전제 하에 2025년 이후엔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도 집값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권 교수는 “지금 기준금리가 0.5%이고 올려봐야 0.25%p씩 두 번해서 1%인데 시장 금리는 이미 3%선”이라며 “0.5%p 올라 시장이 하락한다면 벌써 내렸어야 한다. 집값이나 전월세 가격은 금리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집값 안정을 위해 양도세를 낮추거나 일시 면제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대차 3법도 폐지해야 한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들의 주택가격 임대료를 올렸다”며 “단기적 주택 공급이 일어날 수 있는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을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비아파트 부문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한다고 했는데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양도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유도해야 하고 단기적 비아파트부문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단기 대책으로 매매할 수 있는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을 늘리는 두 가지 방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갭투자·무주택 투기세력 잡아야···투기 수요 억제 정부 의지 관건”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무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갭투자를 방치한 것이 집값 상승을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집값이 고점이고 하락시킬 정책 방안도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다주택자 중심의 투기 수요자 규제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이사는 “투기 수요자란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능력 대비 무리해서 집을 구매하는 자로 다주택자로 정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연봉 3000만원 무주택 세대가 10억원짜리 집을 9억원 빚으로 사는 것을 실수요자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규제 기준을 다주택자로 한정, 무주택자의 영끌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하는 한 집값 상승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택시장 내 규제 대상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이사는 “지금까지 정부는 거래의 대부분이 갭투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에 벗어나 실거주하는 주택담보대출 수요자 중심으로 규제를 해왔다”며 “그러다 보니 전세보증채무, 전세자금대출 등 투기수요자의 핵심 레버리지 수단에 대해 예외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갭투자 시장에 대한 본격적 규제가 주택시장 안정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서 이사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공급 정책보다는 투기 수요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 탓”이라며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을 규제하더라도 무주택자의 투기수요를 막지 못하고 갭투자를 방치한다면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 충격 요인 외 하락 가능성 낮아···정부가 집 구매 여부 판단 언급 부적절”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 충격 요인 외에 단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심 교수는 다만, “사실 경제 충격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데 이를 근거로 집값이 고점이니까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집값이 많이 오른 건 사실인데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정도 올라가면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두고 집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저점, 고점 등에 대해 말해왔지만 다 틀렸다”며 “정부의 희망 섞인 얘기를 강하게 하는 건 시장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금리 인상 영향에 대해서는 “금리가 올라가면 집값은 조정 받는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바로 떨어지느냐는 다른 얘기”라며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하방 압력을 받지만 집값은 금리 외에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한 가지 만으로 당장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정부에서 말하는 공급은 바로 풀리는 게 아니다”며 “한참 뒤인데 그때까지는 공급이나 수요에서 특별한 가격 안정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