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금융소외계층, 소상공인 지원 목적"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하나은행이 그룹 최초로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손실흡수력을 끌어올려 금융소외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조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4억달러(약 4600억원) 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만기는 없고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옵션(콜 옵션)이 행사될 수 있다. 최종 발행 규모와 금리는 향후 수요예측 후 결정된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하나은행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면 그룹 최초 기록을 쓰게 된다. 그간 하나은행은 2013년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후 줄곧 후순위채를 통해 자본을 늘렸다. 하나금융지주도 신종자본증권은 국내시장에서만 발행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정은 하나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조달 방식 다양화 전략의 결과물이다”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발행될 예정이며 조달된 자금은 금융소외계층 및 소상공인 지원 용도 여신에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자료= 각 사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자료= 각 사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하나은행은 전날 지주로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배당으로 올려보냈다. 하나금융은 올해 외부주주들을 위해 중간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배당자제령을 내려 배당을 줄인 만큼 올해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은행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수도권은 방역단계도 최고 수준으로 다시 강화됐다. 작년처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부실 여신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도 지난달 말로 배당 규제를 해제했지만 여전히 금융지주와 은행이 높은 손실흡수력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주가 은행 돈으로 배당을 하면 은행과 그룹 손실흡수력이 모두 하락한다. 

현재 하나금융과 은행은 손실흡수력을 측정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업계 상위권의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배당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은행의 단순기본자본비율(레버리지비율)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은 대비해야할 부분으로 꼽힌다.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레버리지비율은 5.60%로 작년 말 대비 0.07%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3분기 이후 두 개 분기 연속 하락이고,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나를 비롯한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는 작년부터 대출이 급격하게 늘면서 레버리지비율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레버리지비율도 은행의 손실흡수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으면 그 만큼 빌린 돈으로 대출을 내준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자기자본보다 부채로 사업을 하면 그만큼 부실 대출이 발생하는 위기 상황에 대비할 능력이 하락한다. 배당으로 자기자본이 줄어들면 지표도 하락한다.

하나은행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배당으로 인한 손실흡수력 저하도 차단할 수 있다. 하나은행이 계획한대로 4600억원의 자본을 늘린다면 지표는 약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발행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향후 강화될 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에 대비하는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은 대출 확대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모두 100% 아래로 하락해 있다. 오는 10월부터 이 지표의 하한선은 다시 100%로 올라가기에 은행은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지표를 올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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