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중심으로 미술품 구매 인기
소액 투자도 가능···백화점들 갤러리 강화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 평소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던 직장인 박아무개씨(28)는 최근 미술품을 하나씩 구매하기 시작했다. 투자는 주식, 비트코인만 했던 박씨는 온종일 신경쓰지 않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아트테크에 발을 들였다. 박씨는 “주변에 미술품을 구매하려는 2030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아트테크(Art+Tech)’ 열풍이 불고 있다. 아트테크는 아트와 재테크를 합친 용어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고소득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은 이제 MZ세대로 옮겨지며 ‘컬린이’, ‘미린이’(컬렉션/미술품+어린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유행에 누구보다 민감한 MZ세대가 미술품 수집에 나서며 아트테크 인기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발간하는 아트마켓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중국, 멕시코 등 10개국 고액자산가 그룹의 밀레니얼 세대가 지난해 예술작품 구입에 평균 22만8000달러(한화 약 2억5900만원)를 소비하며 전체 세대 가운데 최대 액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 대비 2배나 높은 수치다.
온라인 셀렉트샵 29CM도 올 상반기 컬쳐 카테고리 거래액이 24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8% 성장했다고 밝혔다. 기존 컬쳐 카테고리의 주력 상품이었던 문구 이외에 전시·미술품·음반 등 문화 예술 관련 상품들의 매출이 이번 성장을 견인했다.
MZ세대들은 온라인 미술관을 통하거나 예술가, 갤러리들과 인스타그램 등 SNS로 소통하며 예술품을 사모으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의 의류, 신발, 화장품 등과 콜라보한 한정판 상품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MZ세대들의 인기를 얻는 데는 소액부터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술품을 공동투자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소액으로도 작품 구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 아트테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 따르면, 미술품 공동투자 규모는 2019년 16억4950만원, 2020년 35억5578만원으로 집계됐다.
미술품 경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경매 총 낙찰 수에서 MZ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11%에 달한다. 서울옥션은 “MZ세대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한 번에 150점정도, 한 달 평균 1000점정도 경매로 나오는데 이 중 70%는 모두 낙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미술품 인기에 주요 백화점들도 고객 유입을 위한 미술 콘텐츠 강화에 힘 쏟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9일부터 명품관인 에비뉴엘 본점과 잠실점에서 한국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 롯데’를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강남점을 리뉴얼하면서 3층에 해외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매장과 함께 미술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스페이스’를 열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미술품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업’을 아예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부터 국내외 작가 작품을 판매하는 판교 아트 뮤지엄을 진행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세계적인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요시모토 나라 등의 작품 150여점, 200억원 가치를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작품이 들어오면 하루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포스터도 많이 판매되는데, 예전과 달리 MZ세대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