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27일 공모주 청약 실시···내달 6일 상장 예정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기존 상장 금융사와 비교 어려워”
마이데이터·해외사업 및 B2B 솔루션 판매 추진···사업 영역 확장 기대

카카오뱅크 공모 개요 및 일정/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카오뱅크 공모 개요 및 일정/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카카오뱅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장 전략을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둘러싸고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부연 설명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진행 중인 은행 업무 외에 마이데이터 사업, 글로벌 시장 진출, B2B 솔루션 판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성장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카카오뱅크 “은행 넘어 금융 전반의 혁신 이룰 것”

20일 카카오뱅크가 다음달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IPO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6545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1주당 희망 공모가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최대 약 2조5526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공모가 확정은 22일이며 청약일은 26~27일이다. 국내 일반 청약자들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6일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혁신적인 기술, 강력한 플랫폼 파워, 카카오 에코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금융 경험을 선사해 은행을 넘어 금융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만 은행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카카오뱅크는 1615만명의 고객과 1년 반 만의 흑자 전환 등을 통해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며 “상장 후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더 진화한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성장 지향점으로 ‘가장 많은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넘버원(No.1) 리테일뱅크, No.1 금융플랫폼’을 꼽고 은행 상품과 서비스의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과 상품 경쟁력을 확대해 고객들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신용카드·주식계좌·연계대출 등은 펀드, 보험, 자산관리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이커머스, 여행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된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진화한 금융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중·저신용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개인사업자(SOHO) 대출 등 다양한 대출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신용평가모형 개선도 지속한다. 휴대폰 소액결제정보 및 개인사업자 매출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반영하고,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공동체와의 데이터 협력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삼고 100% 내재화한 개발 문화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 글로벌 시장 진출, B2B 솔루션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가능성을 발굴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대규모 모바일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 사업 등과 같은 플랫폼 기반 사업도 모색 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공모로 조달할 자금의 사용처도 카카오뱅크의 미래 방향성에 맞춰져 있다”며 “중·저신용 고객 대상 대출 확대 등을 위한 자본적정성 확보를 비롯해 우수 인력 확보 및 고객 경험 혁신,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금융기술의 연구개발(R&D), 핀테크 기업의 인수합병(M&A),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에도 공모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 공모가 ‘거품’ 논란에···“카뱅, 기존 산업과 다른 새로운 섹터”

앞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책정을 위한 비교 대상에서 실질적 경쟁사인 국내 은행이 아닌 외국 핀테크 업체를 포함하면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비교 기업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컴퍼니’, 러시아 디지털은행 ‘틴코프뱅크’의 최대 주주인 TCS홀딩, 스웨덴 디지털금융 플랫폼 ‘노르드넷’, 브라질 핀테크 업체 ‘패그세구로’ 등 4곳을 제시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기업가치 산정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비교 회사는 대상 기업과 유사한 기업으로 선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카카오뱅크 비교 회사 선정 과정을 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회사 선정을 위해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 기업을 물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국내 금융지주사 중 하나인 하나금융지주를 비교하면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29조원, 하나금융지주는 476조원이다. 자산 규모로는 16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반면 공모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예상 시가총액은 15조6783억원에서 최대 18조5289억원이다. 이는 이날 12시 20분 기준으로 하나금융지주(12조6401억원), 우리금융지주(8조893억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윤 대표는 밸류에이션 산정 과정에서 국내 금융지주가 아닌 해외 핀테크 업체를 제시한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출발점이 다르다. 대한민국 최초로 100% 모바일로만 뱅킹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자 유일한 은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다 보니 높은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높은 금융 플랫폼 역량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든 것들이 국내에 상장해 있는 다른 은행 대비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산업에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섹터를 담당한다고 생각해서 국내 산업과 비교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자산 규모만으로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고평가됐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날 상장 계획 발표에서 밝힌 것처럼 뱅킹 서비스 이외의 마이데이터 사업, 해외 시장 진출, B2B(기업 간 거래) 기술 수익화 등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한 성장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과거 아시아에 있는 몇몇 기업들로부터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모바일 뱅크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에는 자본의 한계와 국내 비즈니스 몰입 등의 목표 때문에 적극적으로 응하기가 어려웠는데 IPO를 통해 자본확충이 되면 추후 그런 기회가 다시 왔을 때 아시아나 해외 쪽 진출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2B 솔루션 판매와 관련해서는 “기술을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기술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해왔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라며 “그렇게 되면 카카오뱅크가 자체 기술을 많이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분증에 내 문자를 인식하는 기술인 OCR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이를 판매한 적이 있다”며 “안면인식 기술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았고 금융기술연구소를 통해 금융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핵심 기술을 연구 개발할 예정이다. 이런 원천적인 기술에 대한 부분을 B2B 비즈니스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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