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트남서 토요타 제치고 1위 기록···인도서도 지난 5월 1위 탈환
경차 및 자국 브랜드 중심 일본 시장 특성상 진출 쉽지 않아
한일 국민정서 영향도···2019년 노재팬 운동으로 한국내 일본차 판매 급감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폐쇄적인 일본차 시장 특성상 현대차그룹의 일본 재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일본 자동차가 주름잡고 있던 베트남, 인도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 본토 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의 경우 현지 브랜드 차량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한일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여론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현대차그룹의 베트남 판매는 4만7860대로 토요타(2만4112대)의 2배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처음으로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이후 지난 4월과 5월 월별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베트남은 그동안 토요타를 중심으로 일본 자동차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왔으나 현대차가 i10, 액센트, 아반떼 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4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며, 2017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6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인도의 경우 현대차는 올해 1~5월 23만208대를 판매하며 일본 마루티스즈키(59만8748대)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기아는 8만2019대로 4위를 차지했다. 지난 5월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3만6501대로 마루티스즈키(3만2093대)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일본차 기업들의 텃밭으로 불렸던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현지 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2009년 일본차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한 후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본 시장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일본 SNS 계정을 새로 열고, 일어 능통자를 뽑으면서 일본차 시장 진출설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아이오닉5 우핸들 차량까지 생산하면서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으나 현대차 측은 일본 시장 진출은 정해진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는 일본의 폐쇄적인 자동차 시장과도 연관이 있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일본 신차 판매(경차 포함)는 246만4553대를 기록했다. 이중 수입차는 18만6818대로 7.5%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상반기 내수판매는 91만904대로 이중 수입차는 16만916대로 17%를 차지했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경차 비중이 높아, 수입차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그마저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고급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경차 비중을 줄이고 있어 일본차와 경쟁할 경차를 개발할 여력이 없는데다,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기에는 위치가 애매하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중국산 자동차를 경시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한국산 차를 낮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며 “또한 일본의 경우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한일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재진출하더라도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단순 제품 경쟁력이 아닌 반한 감정에 따라 판매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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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이후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일본차 판매량이 급감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하반기 일본차 판매는 1만3179대로 전년 대비 45% 줄어들었다. 작년에도 2만564대로 전년대비 43.9% 감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중국 사드 보복사태로 인한 반한여론 때문에 중국 판매가 고꾸라진 경험이 있다”며 “한일 국민 감정이 복잡미묘한 상황에서 일본차 시장에 재진출해 리스크를 짊어지기보다는 미국, 중국, 유럽 등 기존 시장을 비롯해 신흥국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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