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선별지급인 소득하위 20% 지급 아닌 하위 80% 지급과 전국민 지급 놓고 갑론을박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여당과 정부가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조만간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이 날듯 하다. 그런데 결론과 무관하게 그 논쟁 포인트가 묘하다.

재난지원금을 정말 힘든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할지, 아니면 전국민에게 지급할지를 놓고 고민 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국민 지급 vs 소득하위 20% 지급’ 구도는 일반적으로 보기에 익숙하다. 그렇게 되면 1가구 당 돌아가는 액수도 실제로 크게 차이가 나고 지원효과도 클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소득하위 80%만 줄지, 다시 말해 소득상위 20%를 빼고 줄지 전부 줄지를 논쟁하고 있다. 참 희한한 구도다. 유명 정치평론가도 해당 문제에 대한 질문엔 “왜 하위 20%나 전국민이 아니고 80%인지에 대해선 도저히 모르겠다”고 전했다.

소득 하위 80% 대상은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을 말하는 걸까. 일단 현재 추정되는 건 올해 기준 중위소득의 180% 수준이다. 다시 말해 월 소득 기준 ▲1인 329만원 ▲2인 556만원 ▲3인 717만원 ▲4인 878만원 ▲5인 1036만원 ▲6인 1억193만원 정도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고민하겠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하위 80%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은 부부 두 명이 월 300만원 정도씩 벌면 재난지원금을 안 줘도 되는 집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동의할까.

소득상위 20%라고 하니까 뭔가 어감상 굉장한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4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중소기업 과장급 평균연봉은 4300만원 정도다. 소득하위 80% 기준에 따르면 중소기업 과장급 맞벌이 부부는 재남지원금을 받기 힘들다. 삼성전자, 현대차, SK, LG전자 등 대기업 직원들은 더욱 못 받을 확률이 커진다. 공개된 평균연봉만 봐도 하위 80%에 포함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지만 하위 80% 지급은 자부심을 갖게 하기 어려운 기준일 듯 하다. 우선 소득 상위 20%는 2중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재난지원금은 결국 세금인데, 소득 상위 20%가 그 재난지원금을 마련하는데 그만큼 많이 세금기여를 많이 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세금을 걷어 정말 힘든 사람들이나 폐업위기 자영업자들에게 거액을 집중 지급한다면 못 받는 사람들도 납득은 하거나 보람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득 커트라인에 걸렸다는 이유로 자신과 별 소득 차이도 없는 사람은 받는데 자신만 못 받는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건 불보듯 뻔하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소득 상위 20%를 빼야 한다는 주장에 깔린 생각의 근원은 명확하다. 결국 ‘그 정도 벌면 나누면서 살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논쟁은 그 나누는 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벌써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등과 관련해 보완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냥 생각하면 단순히 많이 번 사람 돈 나누면 될 것 같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런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아 보인다. ‘그 정도 벌면’에서 ‘그 정도’는 누가 어떤 근거로 정하는 것인지, 또 준다면 어떤 명분으로 누구에게 지원해야 할지, 평소에 억대 매출을 올리다 코로나로 소득이 0원이 된 사람을 더 줘야 할지 원래 적게 벌던 사람을 더 줘야 할지 등 민감한 문제가 끼어있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나온다. 지금 이 문제가 이런 코로나 시국에 국가적 에너지를 쏟아야 할 주제인지 말이다. 혹시나 논의 끝에 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이 전국민지급으로 바뀌게 된다고 하더라도 하위 80% 지급 논쟁은 2021년 흥미로운 이슈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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