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부동산담보대출 1년새 13.96% 증가···증가율 두 배 이상↑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규제차익 해소 방안 강구” 경고···선제적 대응 불가피

자료=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정책이 국내 보험사들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최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급증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보험사 등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나섰으며 일각에서는 현재 은행권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가 2금융권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던 보험사들의 부동산담보대출 영업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보험사의 전체적인 자산운용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 사이의 규제 차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에 새롭게 도입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인해 가계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자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동월(8조2000억원) 대비 23.17% 축소됐으나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동월(5000억원) 대비 7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1차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TF’ 회의에 참석해 “금융권 일각에서 은행·비은행 간 규제 차익을 이용해 외형 확장을 꾀하는 행태를 보여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고 판단될 경우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규제차익을 조기에 해소해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융위가 ‘DSR 40% 규제’ 적용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DSR 한도가 작아지면 대출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2금융권의 차주 단위 DSR 한도는 60%로 은행보다 높다.

만약 보험사에도 은행과 같은 40%의 DSR규제가 적용될 경우 보험사들은 부동산담보대출 영업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국내 보험사들은 다른 대출에 비해 부동산담보대출 영업을 주로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생보업계의 부동산담보대출 채권 총액은 50조95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월(44조7161억원) 대비 13.9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보험약관대출과 신용대출의 채권은 각각 2.37%, 1.87%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기록한 부동산담보대출 증가율(5.73%)와 비교해도 증가율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손보업계 역시 감소세를 보였던 부동산담보대출 채권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6월말 기준 26조4859억원까지 하락했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27조4057억원으로 3.47% 늘어났다.

생보업계에서는 업계 1위 삼성생명이 21조3923억원으로 가장 많은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조1542억원(17.29%) 증가했으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1조699억원 늘어났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 1년 동안 15.39%(6547억원) 늘어나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손보업계에서도 삼성화재가 1조3089억원(13.76%)으로 가장 큰 증가액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부동산담보대출 영업 위축은 단순히 보험사들의 이자이익을 감소시킬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전략에도 차질을 가져다 줄 것으로 우려된다. 보험사들의 대출 채권은 전체 운용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투자처로서 포트폴리오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분기말 기준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중 대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95%로 집계됐으며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운용자산의 23.13%, 24.17%를 대출로 운용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주식 등 공격적인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운용이 주목을 받았지만 고객의 보험금을 운용하는 것인만큼 국공채, 예금, 대출 등 안정적인 투자처로 일정 부분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대출은) 특히나 금리 상승기에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가 공식적으로 경고를 한만큼 보험사들은 선제적으로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객들 입장에서도 자금처를 찾기 힘들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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