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TDF 수탁고 큰 폭으로 늘어···올해만 2조1800억원 규모 증가
삼성운용 수탁고도 늘었지만 경쟁사 대비 주춤···점유율 22%대로 내려와
장기 성과 좋고 운용 변화 나서고 있어 향후 기대감은 여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올 들어 급격하게 성장한 TDF(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수탁 증가세가 경쟁사 대비 뒤처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낮아졌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TDF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여전히 장기적인 성과가 좋은 데다 주식 비중을 늘리는 등 운용 변화에 나서고 있어 반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19일 자산운용업계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14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TDF의 전체 수탁 규모는 6조38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약 4조2000억원 수준에서 2조1800억원 증가한 수치다. TDF가 시장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던 2017년 말 61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넘게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생애주기별 자산 배분 프로그램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주는 펀드다. 노후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을 겨냥해 등장한 상품이다. 특히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로 각광 받으면서 수탁고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자산운용사 간 희비도 갈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업계 2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주목된다. 삼성자산운용의 TDF인 ‘한국형TDF 시리즈’ 수탁고는 1조446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 1조1344억원 대비 3116억원이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증가액인 2560억원을 단 7개월 만에 넘어선 금액이다.

그러나 다른 경쟁 운용사의 자금 유입 규모가 더 컸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 들어서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수탁고 규모가 2조7977억원으로 대폭 확대 됐다. 수탁 규모가 8357억원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6476억원인 KB자산운용 수탁고 역시 올 들어서만 각각 3549억원, 3468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변화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41.8%였던 점유율이 43.8%로 확대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12%에서 13.1%로 올랐고 KB자산운용의 점유율은 7.5%에서 10.1%로 확대됐다. 경쟁사 수탁고가 더 많이 증가하면서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28.3%에서 22.7%로 감소했다.      

16일 기준.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13일 기준. 펀드평가 기관에 따라 구체적 수치는 다를 수 있음.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TDF 시장 초기 업계 1위를 굳건히 지켰던 삼성자산운용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2018년 3월 TDF 시장 점유율이 47%에 육박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는 운용사였다. 그러나 후발 주자들이 대거 등장했고 경쟁사들의 적극적인 공세가 쏟아지면서 결국 업계 1위 자리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내줬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도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다.  

다만 반전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삼성자산운용의 TDF 장기성과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까닭이다.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TDF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과는 운용사의 역량을 드러내는 지표 중 하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016년 4월 설정한 ‘삼성한국형TDF2045증권투자신탁H[주식혼합-재간접형]’의 5년 수익률은 61.93%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60%를 넘어서는 성적표다. 

TDF 핵심 운용 전략인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활강 경로)’를 최근 재설계한 점도 향후 성과에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해 전 시리즈의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키로 했다. 그만큼 기대수익률을 높인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위한 TDF에서는 인컴 자산 비중을 줄이고 미국 중심 신성장 펀드’의 비중을 최대 7% 확대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노후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상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면 TDF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시장은 성장 단계로 역량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지형도는 다시금 바뀔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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