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vs C-V2X 기술 채택 두고 이견···기재부 “두 기술 비교·실증 후 채택하자”
과기정통부-국토부, 부처 간 실무협의안 마련 착수···“중소기업 피해 최소화할 방안 포함”

사진 = 셔터스톡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본사업이 갑작스레 보류되면서 관련 투자를 진행해 온 중견·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 사진 = 셔터스톡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교통분야 디지털 뉴딜 사업인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본사업이 시행 직전 갑작스레 보류됐다. 기획재정부(기재부)가 통신기술 표준과 관련해 두 기술의 비교·실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미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투자해 온 중견·중소기업들은 회사의 존속과 사업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부처 간 실무 협의안에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겠단 입장이다.

19일 관계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당초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이달부터 발주를 예정한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이 보류됐다. 기재부가 C-ITS 통신기술 표준에 대한 검증을 마친 뒤 본사업 방향을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C-ITS는 차량과 차량(V2V), 차량과 인프라(V2I) 간 통신을 통해 교통 소통 및 안전을 개선하고자 하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를 말한다.

기재부는 지난달 말 '제5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을 열고 C-ITS 통신기술 표준과 관련해 기존 와이파이 방식의 웨이브와 새로운 이동통신 방식(C-V2X)을 비교·실증할 수 있는 사업을 내년에 우선 추진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구축사업 모델을 결정하는 등 후속 투자를 추진할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간 수년째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웨이브와 C-V2X 기술을 비교·실증한 후 단일 기술을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웨이브는 와이파이 기반이고, C-V2X는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 3GPP에서 제정한 LTE과 5G 이동통신(셀룰러)을 기반으로 특정 차량이 다른 차량이나 인프라 등과 통신하는 기술을 말한다.

앞서 국토부는 10여년간 표준화·실증 작업을 진행한 웨이브로 C-ITS 서비스를 시행하고 추후 C-V2X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반면 과기정통부는 국제적 기술 동향이 급변하고 있어 웨이브를 구축하기보다는 성능이 우수한 C-V2X 실증을 먼저 진행한 후 결정하자고 주장해왔다. 양측은 2019년 범정부 V2X 공동연구반을 출범해 두 기술 방식에 대해 논의한 바 있지만 지난해 말 결국 입장 차만 재확인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C-ITS 본사업 시행 1개월을 앞두고 돌연 사업 보류를 결정하자, 관련 업계에선 정부 정책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온 중견·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보정보통신, 아이티텔레콤, 에티포스, 이씨스, 카네비컴, 켐트로닉스 등 사업자로 구성된 'C-ITS 조기 추진을 위한 얼라이언스'는 “C-ITS 본사업 확대라는 정부 정책을 믿고 코로나19 위기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 이슈에도 생산설비 투자, 전문인력 충원, 핵심 반도체 부품의 공격적 구매 등 적극 투자를 지속했다”며 “그러나 기재부 발표는 10여년 투자해 기술 개발과 검증을 완료한 노력을 무효화시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온 중소·중견기업은 회사의 존속과 사업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업계에선 C-V2X 방식이 우수한 것은 맞다면서도 단기간 검증이 불가능한 기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을 위한 통신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하는 기술이므로 안정성이 철저히 검증되지 않으면 사용해선 안 된다. 판단 기준은 기술의 우열, 경제적 파급효과보다 도로교통에서 검증된 안전한 기술인지 여부”라며 “C-V2X 방식이 기술 진보가 빠르고 5G NR V2X부턴 우수한 기술이지만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사용하면 살인무기가 된다. 이 검증은 1년 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최소한 웨이브가 거친 안정성 시험은 거쳐야 하는데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C-V2X 중 가용한 LTE-V2X인데 표준에 문제도 있고 검증도 안 됐으며, 웨이브가 통과한 실증 수준의 검증도 1년 내로는 불가능하다”며 “웨이브 방식으로 C-ITS 사업을 선전개하고 C-V2X 방식 중에도 차세대 기술인 5G NR V2X 기술에 대한 검증을 거쳐, 웨이브와 C-V2X를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흐름과 민간 기업의 분위기 등과 관련해 생태계 확장 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C-V2X 기술이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유일한 차량 제조사인 현대차의 경우 특정 기술을 지지하는 의견을 밝히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BMW나 포드, 아우디 등 해외 주요 제조사들은 관련 단체를 결성해 V2X에 대한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미국 FCC에서 C-V2X 단일안 채택 결정을 내리고 이번달부터 발효해 시행 중이다. 중국도 C-V2X로 입장을 전환했고, 주요 차량 제조사들뿐 아니라 티어원(Tier1)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주요 전장 기업들도 V2X에 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서 당장 깔 수 있다는 이유로 웨이브 방식으로 결정하긴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ITS 인프라라는 게 한번 구축해서 2년 쓰고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향후 자율주행 지원 인프라로도 활용돼야 하는데, 웨이브나 LTE-V2X는 지연속도 등에서 부족한 기술이라는 평이 많다”며 “향후 자율주행까지 고려했을 때 커넥티드 기능이 기본 장착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같은 이동통신 계열의 차량 통신 기술(5G-V2X)을 탑재해야 생태계 확장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부처 간 실무협의안에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하기 위한 국토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예산안이 나오는 8월 전까지 부처 간 협의를 마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아직 공개할만한 수준의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부처 간 실무협의안을 만들기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했다”며 “공동연구반의 경우 협의 내용이 정해지고 나서 세부적으로 어떤 것을 결정할지 역할이 정해지면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정부안이 8월까지 나오니까 그전까지 부처 간 협의해 기재부 예산실과 협의를 끝내려는 내부적인 타임라인은 그려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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