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트·에브리봇 청약일 겹치며 증거금 환불 없이 따로 투자해야
청약일정 동시 진행되면 상장 첫날 주가도 희비 엇갈리는 경우 많아
맥스트, 수요예측 흥행했지만 적자지속 부담···에브리봇은 구주매출 악재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역대급 IPO일정이 쏠려있는 ‘7말8초’ 청약대전이 시작하면서 하나금융투자가 상장주관을 맡은 맥스트와 NH투자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에브리봇이 첫 대결을 펼치게 됐다.
통상 청약일정이 동시에 진행되면 흥행에 악재라고 여겨진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자금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금은 청약마감 2영업일 이후에 돌려받기에 투자자들은 두 기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공모청약 일정을 동시에 진행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음달에도 청약일정이 겹쳐있는 경우가 4번이나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 ‘7말8초’ 청약대전 오프닝 매치···맥스트vs에브리봇
19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16일 시작한 맥스트 청약은 이날 오후 4시에 마감되고 NH투자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에브리봇의 청약신청 기간은 이날부터 20일까지다.
맥스트 청약증거금 환불은 21일 입금되기에 맥스트 청약신청자들이 에브리봇 공모청약에 참여하려면 청약증거금이 묶인 채로 별도의 자금을 마련해 신청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모주 투자자들은 두 기업의 경쟁력을 놓고 비교한 다음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이다.
맥스트와 에브리봇은 경쟁사 대비 장단점을 각자 가지고 있다. 맥스트는 국내 유일의 증강현실(AR) 솔루션 기업으로 최근 뜨거운 메타버스 업종에 속한다. 에브리봇은 로봇청소기 전문기업으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는 맥스트가 더 돋보인다. 맥스트는 5월27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희망공모가를 1만3000~1만6000원으로 제시했다가 지난달 17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1만1000~1만3000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12~13일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5877.01대 1을 기록하면서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밴드를 넘어서는 1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에브리봇은 13~14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3만2600~3만6700원) 상단인 3만67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하지만 경쟁률은 576.74대 1에 그쳤다.
실적에서는 에브리봇이 양호하다. 2015년 설립된 에브리봇은 2016년부터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492억원, 영업이익 130억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매출은 204%, 영업이익은 767%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04억5676만원, 영업이익 18억4731만원을 냈다. 반면 맥스트는 매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7억4986만원, 영업손실 12억2809만원을 기록했다. 맥스트는 기술특례로 상장한다.
하지만 에브리봇은 공모물량 112만주 가운데 25%인 28만주가 최대주주 정우철 대표의 구주매출 물량이다. 최대주주의 구주매출은 IPO흥행에 대표적 악재로 꼽힌다. 정 대표는 이를 통해 103억원 가량을 현금화한다. 반면 맥스트는 구주매출 없이 공모주식 100만주를 100% 신주 모집하며 투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 8월 청약일정 겹침 '4회'···희비 엇갈릴 가능성
올해는 1월부터 5월까지 총 7번에 걸쳐 공모청약 일정이 겹쳤다. 이 7번의 사례를 살펴보면 동시청약을 진행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1월 18~20일 진행된 청약에서 선진뷰티사이언스와 모비릭스는 ‘따상’을 했지만 씨앤투스성진은 상장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어 25~26일 청약을 진행한 기업들 가운데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만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다. 반면 와이더플래닛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주가가 공모가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2월15~16일 청약일정을 진행한 4개 기업 가운데서는 오로스테크놀로지만 따상에 성공했다. 3월2~3일 청약을 진행한 싸이버원은 상장 첫날 따상에 근접했지만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동시에 청약을 진행했더라도 모두 성공적인 경우도 있었다. 3월15~16일 청약일정을 진행한 자이언트스텝은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고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한 제노코 역시 공모가의 222.5%인 8만100원으로 상장 첫날을 마감했다. 4월12~13일 청약을 진행한 해성티피씨와 이삭엔지니어링도 해성티피씨는 따상에 성공했고 이삭엔지니어링도 주가가 공모가 대비 227.4%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5월 13~14일 청약을 진행했던 제주맥주와 진시스템의 상장 성적표는 다시 엇갈렸다. 상장 첫날 제주맥주 주가는 공모가를 53.1% 상회했지만 진시스템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다음달에는 최소 4번 이상 공모청약 일정이 겹쳐있다. 지금까지 IPO기업들의 공모청약 일정이 겹치는 경우는 통상 한 달에 한두 번이었는데 그 어느해보다 IPO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우선 8월 2~3일에는 크래프톤과 원티드랩이 동시에 청약을 진행한다. 4~5일에는 엠로와 플래티어, 5~6일에는 딥노이드와 한컴라이프케어가 청약신청을 받는다. 투자자들은 4개 기업(엠로, 플래티어, 딥노이드, 한컴라이프케어) 가운데 1개 청약에 공모주 투자금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어서 9~10일에는 롯데렌탈, 아주스틸, 브레인즈컴퍼티 등 3개 회사의 공모청약 일정이 잡혀있다. 12~13일에는 에이비온, 일진하이솔루스, 바이젠셀 등 3개 회사가 동시에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주 투자자들로서는 앞선 7번의 사례들이 분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청약 결과와 상장 첫날 주가를 살펴보면 청약경쟁률,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추정된다.
동시에 청약일정을 진행했던 기업보다 청약경쟁률이 높을수록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더 높았다. 또한 의무확약비율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한 경향도 파악된다. 이를 종합하면 청약 일정 겹침에 따른 기업간 상대평가가 존재한다고 볼 부분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