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건설사 올 들어 잇따라 리모델링 전담부서 신설
사업속도 빠르고 규제 덜해 추진 단지 늘어날 듯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주요건설사의 리모델링 전담 부서 신설이 잇따르고 있다. 규제가 강한 재건축을 피해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들이 늘어나자 시장 분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특히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남겨둔 채 건축해야 하는 만큼 평형 및 세대 증가에 한계가 있는데, 소유주에게 이 같은 과정을 이해시키며 소통하는 절차가 필수여서 리모델링 전담 부서는 기술적 능력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업무의 과중함과 함께 추진단지의 증가 전망에 따라 부서의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이달 중순 도시정비2담당 산하에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에,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꾸린 바 있다. 그동안은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 정도가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했다면 약 반년 사이 주요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사업 진출이 급격히 활발해진 것이다.
건설업계는 일감확보 차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정비사업에서 주된 수익원은 재건축과 재개발이었지만 안전진단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로 재건축 추진 단지가 급감하자 건설사들의 일감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대형건설사 리모델링 전담 조직은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소유주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거나 추진위에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등 사업 추진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전 물밑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건설사에서는 그동안 재건축, 재개발에 비해 관심을 쏟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장점도 많다. 일단 기존 구축 아파트의 골조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적게 든다. 그에 반해 시공사가 받는 3.3㎡ 당 공사비는 큰 차이가 없다. 건설사들이 입지가 우수한 사업장에서 일감을 따내기 위해 격전을 벌이는 이유다. 게다가 준공연한이 최소 30년 이상인 재건축의 절반 수준인 15년만 되도(안전진단평가 B등급 이상)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아 일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용적률이 높아 신축 세대를 증가하기에 한계가 있는 단지들도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분당 등 용적률이 높은 1기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각 건설사마다 갖고 있는 리모델링 공법에 대한 홍보활동도 활발하다. 포스코건설은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 리모델링에서 남은 터에 새로운 동을 짓는 별동증축을 시행하게 된다. 포스코건설은 또 다른 사업지인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에서 처음으로 기존 층수보다 더 높이는 형태인 수직증축을 선보이게 된다. GS건설은 지하 8개층 공사와 지상층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UP-UP공법, 지상주차장을 사용하면서 지하주차장을 4개층에서 8개층까지 증축한 뜬구조 공법 등 특수공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한편 서울에서만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있어 시공사를 선정할 곳이 20여 곳인 것으로 추산된다.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한가람건영 2차(1998년, 2036가구)와 강촌(1997년, 1001가구), 이촌 코오롱(1999년, 834가구), 한강대우(2000년, 834가구), 강서구 가양동 강변 3단지(1992년, 1556가구) 등이 추진위 단계에 있는 대표적 단지들이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대치 2단지(1992년, 1753가구), 대청(1992년, 822가구), 송파구 가락동 쌍용 1차(1996년, 2064가구), 문정동 시영(1989년, 1316가구),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2000년, 2921가구) 등 33곳이다. 여기에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안 나는 분당 등 1기신도시까지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경우 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일시적 트렌드라기보다 중장기적으로 파이가 커질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보다 문턱이 낮다는 장점이 부각돼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재건축이 쉽지 않다. 때문에 리모델링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