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등 민간 유인책 부족 지적···“예산 들인다고 무작정 따라오지 않아”
탈원전·신재생 등 리스크 가능성···“대선 국면·소요 재정, 실현 제약 요인”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2.0이 자칫 구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엄청난 재정을 투입, 민간 참여를 유도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대규모 일자리를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민간 투자를 끌어낼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차기 대선이 7개월여 밖에 남지 않아 의도한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 2.0 정책을 확정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1.0에 양극화 해소, 디지털화, 탄소 중립 등의 내용을 보강한 버전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2025년까지 총 22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250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과 함께 고용과 사회 안전망 분야에 사람 투자 개념을 더한 휴먼뉴딜을 추가했다. 

한국판 뉴딜 1.0과 차이점을 보면 디지털 뉴딜에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등 초연결 신산업을 육성하는 과제를, 그린 뉴딜에서는 탄소중립 추진 기반을 구축하는 과제를 각각 새로 추가했다. 또 휴먼 뉴딜을 통해 청년층의 소득 수준에 맞춘 자산 형성 프로그램과 교육·돌봄 격차 완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성장 전략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제시한 것은 저탄소라는 세계적 흐름을 제대로 읽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흡한 부분도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한국판 뉴딜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할 때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동안 민간 투자는 참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현재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정부 재정만 들어가는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발표내용은 기존에 하던 걸 계속하던 수준으로 새로운 것은 별로 보이질 않는다”며 “민간에서 알아서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정부가 예산을 들인다고 무작정 따라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뉴딜 사업을 통해 드라이브를 건 산업에서는 민간 참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유인 요인이 약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과 녹색 뉴딜 쪽에 내용이 집중돼 있고 제조업 부분은 정부가 해야 하는 사업이지만 빠져 있어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교수는 “일자리 사업 관련 내용이 많은데 실제 고용이 창출되는지는 봐야 한다”며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도 변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참여를 유도할만한 방안을 이번 뉴딜 대책에 포함했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간 참여 펀드 1000억원을 조성하고 민간 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했다”며 “아이디어 공모 절차를 활성화하고 우수 사례 발굴 등의 참여 방안을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한국판 뉴딜이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세제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로 나간 기업보다 5배 가량 많다”며 “최저임금 등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다. 법인세도 미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7%이다”고 말했다.

중화학 공업이 중심이 우리나라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정책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과거 필리핀이 경제가 좋았지만 전기 공급이 부족해 해외기업이 떠나면서 후진국으로 전락했는데 우리도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같은 경우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을 보면 화력이 50%, 원자력이 20%이며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3% 수준이다. 

김대종 교수는 “전기 발전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늘리겠다는데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어 일조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들쭉날쭉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어렵다”며 “이로인해 산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현 시점에서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한국형 뉴딜 2.0이 제대로 실행될 지에대한 우려도 있다. 자칫 선심성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뉴딜은 혁신을 바탕으로한 경제 성장과 관련있는 것인데 이 정부는 시장과 시장에서 작동하는 기업을 믿지 않고 모든걸 정부나 공공부문이 대신하려고 하기에 의도대로 잘 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선이 임박해서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돈을 풀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하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요 재정 수준을 봤을 때 정부 계획이 다소 과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우리나라 예산이 558조원 수준인 점을 비쳐봤을 때 2025년까지 220조원을 투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경제 분야 학계 전문가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게 되면 구축효과로 인해 민간 시장이 위축된다”며 “우리나라 예산이 매년 5% 안팎으로 늘어나는데 무슨 돈으로 정부 발표로 추진하겠는가.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휴먼 뉴딜을 추가했는데 외국인 직접 투자가 생겨야 국내 일자리도 생긴다”며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국가가 직접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한국판 뉴딜 2.0은 향후 어떤 식으로 가겠다는 방향성을 발표한 것이다”며 “예를 들어 메타포스 지원을 많이 하겠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등의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업들은 계속 또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할 때는 국민 아이디어를 받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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