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대체로 높은 노동소득 제공···경기 악화 따른 고용 충격 완충 역할
“반도체·자동차 등은 고용 없는 성장···고용 창출 기대 분야, 정부 지원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취업난이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충격을 받았지만 인력 감축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고용 충격의 완충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제조업 분야 중 바이오헬스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식료품 분야는 양질의 고용 창출 여력이 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58만2000명 늘어났다. 취업자 증가분 중 27만3000명(47%)는 단순 노무 종사자였으며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20만8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업(8만7000명) 등 주로 단순 업무,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반면, 양질의 고용 시장으로 꼽히는 제조업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0.2%감소한 43만4100명이었다. 업종별로 봤을 때 제조업 일자리 급여는 중상위에 해당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제조업의 평균 노동소득은 월평균 396만원(세전)이며 중위값은 315만원이었다. 20개 산업 대분류 중 평균값 6위와 중위값 8위에 해당된다.
서비스업이 전기가스업, 금융업, 정보통신업 등 고소득 전문직과 사업시설관리, 개인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저소득 일자리로 양분된 반면 제조업은 중소득 블루칼라 일자리를 대량으로 제공한다. 장시간 근로를 통해 중상위 노동소득을 얻을 수 있고 청년층에게 금융업 다음으로 높은 노동 소득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지만 고용을 보면 장기적으로 정체 또는 하락하는 추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제조업은 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감소하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해는 생산과 취업자 모두 감소했다. 다만 생산 위축 정도에 비해 고용은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 상황에서 서비스업에 비해 제조업은 고용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은 사실이다”며 “전반적으로 제조업이 국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 취업자 수는 고용 통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고용은 단기 충격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지만 구조조정 등 장기적 위기 발생시 큰 폭으로 하락하는 특징이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조업은 경기에 따라 고용 상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은 아니다”며 “추세적으로 봤을 때 전반적으로 고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조업도 세부 업종에 따라 고용 양상이 다른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통합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월과 올해 4월 피보험자 수를 비교해 보면 제조업 중 식료품과 금속가공, 일반기계 업종은 고용이 증가한 반면, 의복·가죽, 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감소했다.
제조업 고용 순창출을 위한 새로운 업종 분류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수출, 부가가치, 고용 규모가 큰 업종에서 과거만큼 고용 순창출이 동반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제조업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할 경우 수출주력 제조업 혹은 신산업과는 독립적인 축인 일자리 제조업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제조업 중 고용 창출이 기대되는 분야로는 바이오 헬스와 식료품 기계, 소부장 업종 등이 거론된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부장은 전자제품, 자동차의 전후방 산업이다. 정부의 그린뉴딜, 디지털뉴딜의 추진방향을 봤을 때 전기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며 “바이오헬스는 코로나 상황과 부합하고 식료품 같은 경우 여성들의 사회 참여율이 늘어나는 등 사회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시장성이 좋고 고용도 충분히 확대될 산업”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헬스의 경우 아직 고용 순증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꾸준하고 가파른 고용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성장 동력화를 통한 질좋은 민간 일자리의 대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식료폼 제조업은 임금이 낮으나 대량의 고용 확대가 가능하고 특히 고령층의 고용 창출이 가능한 업종이므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고려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질문엔 “정부가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이른바 빅3 관련 산업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빅3에서 고용이 충분히 창출되지 않을 수 있다”며 “반도체나 자동차 자체에선 고용이 정체하거나 소폭 하락할 것이로 보이는데 이 분야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정책을 짜 버리면 곤란하다”고 답했다.
다만, 자동차, 반도체 쪽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더라도 그 소재, 부품, 장비 쪽에서 고용이 충분히 늘어날 것이기에 이 분야 산업 발전이 고용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