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SD바이오센서 청약수수료로만 '9억'···삼성증권도 IPO 2건으로 '9억'
미래에셋증권·KB증권도 카카오뱅크·크래프톤·카카오페이 IPO시 청약수수료 대박 전망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온라인청약에 대해서도 별도의 청약수수료를 신설함으로써 쏠쏠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IPO대어들이 집중적으로 청약일정을 진행하는 ‘7말8초’에는 증권사들이 기업으로부터 받는 IPO수수료 못지않은 금액을 고객들로부터 청약수수료 명목으로 수취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은 온라인청약 수수료 신설과 관련해 전산 부하와 함께 우수고객과의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청약수수료를 필요이상 높게 책정하면서 과도한 수수료 수입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 역시 그치지 않고 있다.
◇ '악마는 디테일에···' 증권사 청약수수료 ‘짭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이달 SD바이오센서와 큐라클 공모청약을 통해 각각 9억원 가량의 청약수수료를 수취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 8~9일 이틀간 전체 공모주식 1493만400주 중 30%에 해당하는 447만9120주에 대해 공모청약을 진행했다. 청약경쟁률 274.02대 1을 기록하며 증거금으로만 31조9121억원이 몰렸다.
SD바이오센서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대표상장주관사를 맡았고 삼성증권과 KB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각 증권사별로 전체 청약물량의 절반이 균등배정물량으로 할당됐다.
상장주관사단 가운데 일반투자자 대상 온라인청약에 대해 수수료를 수취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은 일반투자자들의 온라인청약에 대해서는 청약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KB증권은 이달 23일 이후 진행되는 청약부터 1건당 1500원의 청약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힌 상태다.
NH투자증권은 가장 많은 201만5604주를 청약물량으로 할당받았고, 이에 따른 IPO수수료로 48억8246만원을 SD바이오센서로부터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37억9747만원, 삼성증권과 KB증권은 7억651만원이 IPO수수료로 책정됐다.
하지만 청약수수료까지 합산하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비슷한 금액을 거둬들이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반등급(패밀리)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온라인청약시 1건당 2000원의 청약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56만7692주를 청약물량으로 배정받았고 균등물량으로 78만3846주를 배정했다. 청약신청은 49만7579건이 접수됐다. 이론상 최대 9억9516만원의 청약수수료 수취가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 일반등급 고객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대다수가 일반등급 고객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신청단위인 10주를 신청한 고객들만 35만462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100주 이하 신청자들까지 포함하면 42만2368명으로 늘어난다. 한국투자증권 온라인전용 고객은 청약한도의 50%인 2만1000주까지 신청이 가능한데 2만1000주 이하 신청자는 49만3603명이다. 우대등급 이상 큰손 고객은 3976명에 그친다.
삼성증권 역시 22만3956건의 배정건수를 기록했다. 이론상 이들이 모두 일반등급 고객이라면 4억4791만원의 청약수수료 수입이 가능하다. 삼성증권 IPO인수 수수료 7억651만원의 63.4%에 달하는 수준이다.
큐라클 청약에서도 삼성증권은 비슷한 수준의 청약수수료를 수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확한 청약 및 배정건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청약건수가 균등배정물량을 넘어설 경우 배정건수는 22만6667건이 되고 최대 4억5333만원의 청약수수료가 산정될 수 있다.
◇ IPO대어 몰리는 ‘7말8초’에 대박?
올해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는 카카오뱅크, HK이노엔,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한컴라이프케어, 아주스틸, 롯데렌탈 등 굵직한 기업들의 공모청약 일정이 예정돼 있다.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IPO가 몰려있는 ‘7말8초’ 기간을 앞두고 잇따라 온라인청약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신설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8일부터 한국투자증권처럼 일반등급 고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청약 수수료 2000원을 받기 시작했고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이달 청약부터 일반등급고객 대상 온라인청약 수수료로 각각 건당 2000원, 1500원씩을 받겠다고 밝혔다. 대신증권도 CMA통장 개설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청약 수수료 3000원을 면제해주던 혜택을 없앴다.
공모주 열풍 덕분에 대형증권사들은 균등배정 주식수에 비례하는 청약수수료 수입을 거두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굵직한 IPO대어 상장시마다 청약신청 건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당시 청약건수는 239만8167건이었고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64만6820명에게, 공동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는 47만9911명에게 공모주식을 배정했다.
다음달인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청약에는 신청 건수가 474만4557건까지 늘어났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142만7850명에게, 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103만1304명에게 공모주식을 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들로부터 최대 20억6261만원의 청약수수료를 별도로 받았고 미래에셋증권도 지금처럼 청약 건당 2000원씩 청약수수료를 받았다면 최대 28억5570만원의 수입이 가능했다.
7말8초에 청약을 진행하는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 카카오페이의 인지도는 SK바이오사이언스나 SKIET보다 훨씬 높다. 공모주 열풍과 더불어 기업들의 대중적 인지도도 높기에 증권사들의 청약수수료 수입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청약수수료 신설로 향후 증권사들이 IPO와 관련된 각종 비용을 기업이 아닌, 고객으로부터 받고 상장예비기업을 대상으로 IPO수수료 덤핑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국내 IPO주관 상위권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등급고객 대상으로 온라인청약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일반고객 대상 청약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기업대상 IPO수수료 대신 일반고객 대상 청약수수료가 수익원이 될 경우 IPO시장의 수익구조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