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제’ 대상 사건···고발 없으면 기소·처벌 자동면제
중소벤처기업부 ‘사회적파급’ 등 이유로 공정위에 고발 요청 가능
장관 고발요청권 행사시 무조건 고발해야하는 ‘의무고발요청제’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삼성 사내급식 부당지원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솜방망이 제재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발요청권 행사 요청을 받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그 권한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4일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웰스토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이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에버랜드 전략사장이던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와 최윤호 미전실 전략1팀 전무,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정현호 사장이 관여한 정황이 나타났음에도 공정위는 이들에 대한 고발 조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특히 삼성웰스토리의 이익구조 유지 방안이 이부진 당시 사장에게 보고(2013년 2월)된 증거자료도 입수했지만, 고발인 명단에서 제외했다.
공정위는 “승계 과정의 연결점을 찾지 못했고 미전실에 의한 일감몰아주기, 유리한 거래 조건을 설정한 행위 위반으로 적발한 것이다”며 “관련 자료를 분석했지만 총수일가와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삼성웰스토리 사내 급식 일감몰아주기와 관련자들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전날 검찰총장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위반 행위는 공정위 ‘전속고발제’의 적용대상으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가 제기될 수 있는데,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행위주체들의 형사처벌이 자동면제 되지 않도록 요청권자들이 권한을 행사해달라는 취지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를 규정하면서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더라도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이 사회적 파급효과와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고발요청을 받으면 공정위는 검찰총장에게 고발을 해야만 한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등 2개사를 하도급대금 미지급 및 부당 경영간섭 등 거래상 지위를 바탕으로 한 불공정 행위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줬다며 고발을 요청하는 등 총 4건의 요청권을 행사했다. 올해 초에도 일방적으로 제조위탁을 취소해 거래 중소기업에 큰 피해를 입힌 인터플랙스에 대한 고발을 요청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고발을 요청한 사례들이 여럿 있고 이번 사건 역시 고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부진 당시 사장은 부당행위를 승인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고, 최윤수 미전실 전무 등도 삼성전자 내 다수 식당들과 수원사업장 패밀리홀의 경쟁입찰 추진을 중단시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했으므로 고발이 마땅하다”고 말했다.